대기만성. 크게 될 사람은 오랫동안 공적을 쌓아 늦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동산고를 졸업한 뒤 2006년 프로 무대를 밟은 김기태(삼성)는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 항상 '만년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으나 선발진의 부상 공백 속에 중책을 맡은 뒤 뒤늦게 성공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김기태는 11일 광주 KIA전서 5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장식했고 17일 대구 두산전서 6⅓이닝 1실점으로 처음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했다. 23일 고척 넥센전에서는 5⅓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팀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호투를 뽐내며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 언제 부턴가 '연패 스토퍼'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생겼다. 이달 들어 3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평균 자책점 1.62)을 거두는 등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김기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칭찬일색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런 게 바로 자신감"이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설명. 동산고 시절 류현진(LA 다저스)과 원투 펀치를 이룰 만큼 출중한 기량을 뽐냈으나 프로 무대에서는 성장세가 더뎠다.
류중일 감독은 "당시 코칭스태프에서도 김기태를 키우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었다. 성장세는 느렸지만 항상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과거와 구속은 비슷하지만 공끝이 더 좋아졌다. 계속 던지면서 기량이 늘었다. 감이 딱 왔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류중일 감독은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등 토종 선발진이 좀 더 힘을 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종 선발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제 몫을 해줘야 하는데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고 아쉬워 했다.
어깨 근육이 뭉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아놀드 레온은 캐치볼을 소화하는 등 복귀를 위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그동안 선발보다 계투 요원으로 뛰었던 레온이 100개 이상 던지는 게 힘들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물론 외국인 투수는 선발이 아닌 중간 또는 마무리로 기용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