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수 김민식(27)은 지난해 11월부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고시마 특별캠프 당시부터 강훈련을 소화했고, 시즌이 시작된 뒤로는 꾸준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팀의 제2포수로 활약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모를 정도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원광대를 졸업하고 2012년 SK의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은 김민식은 1군의 벽을 뚫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제대 직후 시즌인 지난해 23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백업 포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직 기량이 완성되지 않은 것은 사실. 그러나 빼어난 성장세 속에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1년 사이에 큰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성적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40경기에서 타율 2할9리,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SK는 올 시즌 대부분의 시간에서 2명의 포수로 엔트리를 운영하고 있다. 주전 포수인 이재원의 뒤를 언제든지 받쳐야 하는 자리인 만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런 김민식은 ‘초심’을 지키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경기장 내에서는 항상 공부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자신을 찾는 팬들 하나하나를 모두 소중하게 여긴다.

지난해부터 김민식을 강하게 조련하고 있는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포수를 늦게 시작한 것 때문인지 아직 기본기가 약한 부분은 있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속도가 빠르다. 수비에서는 이재원에 비해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블로킹 하나를 놓고 보면 리그 최정상급 포수”라고 칭찬한다. 비시즌만큼의 훈련량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꾸준히 훈련하고 공부하는 자세도 많은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 김민식은 26일 인천 두산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김민식은 기쁨보다는 안도의 한숨이다. 김민식은 경기 후 “그동안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 끝내기 안타로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아직 자신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끝내기 안타를 쳤지만 금세 원래의 시선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피곤한 상황임에도 경기 후 팬들의 사인에 일일이 응하며 한참을 주차장에서 보낸 것이 유명세를 타 구단 공식 페이스북의 팬들로부터 “진짜 프로선수”라는 호평을 받았다.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 이런 사실이 알려진 것에 대해 김민식은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것뿐인데 우연찮게 알려져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올해는 2군 쪽으로 눈 한 번 돌려본 적이 없는 확고한 1군 선수가 됐지만, 팬이 별로 업는 2군 시절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김민식이다. 김민식은 “날씨가 좋든 그렇지 않든, 경기에 이겼든 졌든, 경기를 짧게 했든 오래했든, 경기 전후에 오랫동안 선수들을 기다려주시는 팬 여러분들의 마음씨에 감동받았고 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경기장 안팎의 초심을 잘 간직하고 있는 김민식이 진짜 프로선수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