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멍투성이’ 최정, 80t의 공포와 싸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9 13: 00

145㎞의 빠른 공이 몸에 맞을 때의 충격은 순간적으로 80t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 연구가 옳든 틀리든, 공에 맞을 때의 충격이 실로 엄청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잘못하면 선수 생명을 잃는 큰 부상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타격은 기본은 그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SK 간판타자인 최정(29)은 그 두려움과 싸우는 대표적인 타자다. 최정은 2005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28일까지 총 173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 중이다. 이는 KBO 리그 역대 기록으로 공을 한 번씩 맞을 때마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또한 최정이 1194경기에 뛰었으니, 대략 7경기에서 한 번꼴로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올해도 73경기에서 벌써 12번을 얻어맞았다.
최정은 용감한 선수다. 배터박스에 바짝 붙는다. 여기에 타격시 왼발을 내딛을 때도 발이 안으로 들어간다. 김용희 감독은 "연습 때는 그렇게 해도, 실제 타석에서는 발이 바깥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정은 안으로 들어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몸쪽 공에 대해 무방비 상태가 된다. 가뜩이나 최정을 상대로 몸쪽 승부를 하는 투수들이 많으니 몸에 맞는 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피하는 요령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런 점도 약하다. 80t의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김 감독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망가진다”고 안쓰러워한다. 실제 돌덩이와 같은 야구공이 빠르게 날아와 몸에 맞을 때, 타자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는다.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피멍이 들고, 이 멍은 다리를 통해 빠져 나가 온몸을 휘감는다. 그래서 최정은 온몸이 멍투성이다. 멍이 빠질 법할 때, 또 다른 멍이 들기를 반복하는 패턴이다. 최정은 그렇게 무려 12년을 뛰어왔다. 누적되어 온 피로도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다. 
정신적인 충격도 크다. 최정도 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최정은 “솔직히 어렸을 때는 맞고라도 나가면 좋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맞으면 부상을 당할까봐 겁이 난다. 너무 많이 맞다 보니 맞으면 짜증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투수가 고의로 던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에도 성가신 경우를 겪었다. 같은 부위에 공을 연이틀 맞았다. 23일 인천 LG전에서 스캇 코프랜드의 빠른 공에 왼쪽 허리 부위를 맞았다. 굉장히 아픈 부위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4일 인천 두산전에서 고원준이 던진 빠른 공이 거의 같은 부위를 직격했다. 맞은 곳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맞았으니 통증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28일 수원 kt전에 앞서 슬쩍 확인하자, 최정의 왼 허리에는 상상하지도 못한 피멍이 크게 들어 있었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상처가 컸다. 최정은 “하필 연속으로 두 번을 맞았다”라고 씁쓸해 했다. 김용희 감독도 26일 인천 두산전에 앞서 최정의 상태를 확인하고 선발 라인업에서 빼버렸다. 현역 시절 역시 많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김 감독조차 “저런 상태에서 선발 출장은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트레이너들은 “엄청난 충격이기 때문에 그 부위의 근육은 사실상 일시적으로 죽는다고 보면 된다.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라고 심각함을 설명했다. 최정도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타격을 하는 데 지장이 있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사정이 생겼다. 26일 경기 중 나주환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3회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최정은 “하루 정도 쉬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도 “일복이 많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래도 안타 두 개를 쳐서 다행”이라고 씩 웃어보였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전장에 나가는 것은 순전히 책임감이다. 고액 연봉자로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몸에 맞는 공이야 다른 선수들도 종종 기록하는 것이니 자신만 살겠다고 내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2년간 부상에 시달렸기에 올해는 각오가 더 남다르다. 실제 최정은 현재까지 전 경기 출장 중이다. 
최정은 항상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고민을 하더라도 경기장에 나가 하는 것이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SK도 최정의 전 경기 출장은 반갑다. 실제 최정이 있는 SK와 없는 SK는 공·수 모두에서 무게감의 차이가 난다. 20대 중·후반 선수들의 리더로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최정이 내색하지 않고 오늘도 경기에 나가는 이유다.
타율이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출루율은 3할8푼9리로 좋은 편이다. 김 감독은 "그게 최정이 뛰어난 타자인 이유"라고 강조한다. 15개의 홈런도 때렸다. 타격 부진에 7번 타순까지 내려가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그래도 웃는 최정이다. 최정은 “그래도 팀이 이기니까 그나마 괜찮다. 다른 선수들이 잘 치고 있으니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며 반등을 다짐했다.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선 최정은 28일 kt전에서도 2안타를 기록했다. 최근 6경기에서 타율 3할5푼이다. 누가 뭐래든 묵묵히 앞을 향해 가고 있는 최정이다. SK의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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