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울렁증’ 롯데에 정말 필요한 '정밀 야구'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06.29 05: 52

28일 삼성전, 7번 번트 시도 중 단 1번 성공
접전 승률 높이려면 세밀한 플레이 다듬어야
승리는 거뒀지만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롯데 자이언츠가 중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힘을 온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한 판이었다.

롯데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7차전 경기에서 10회말 연장 접전 끝에 문규현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7-4 승리를 거뒀다.
짜릿한 경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용적으로 찌릿하면서 답답할 수도 있었다. 이날 롯데는 7번의 희생 번트 시도 중 단 1번 만 성공시키며 손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를 스스로 꼬이게 만들었다. ‘번트 울렁증’이 생긴 경기였다.
롯데는 2회말 김준태의 솔로포로 선취점을 뽑은 뒤 추가점을 뽑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이날 경기의 경우 초반 롯데 노경은과 삼성 윤성환이 모두 역투를 펼치며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고 추가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일찌감치 섰다. 초중반부터 작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추가점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무산시켰다. 4회부터 기회가 생길 때마다 희생 번트를 시도하며 추가점의 확률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4회 무사 2루에서 박종윤이 번트 파울 플라이, 5회 무사 1루에서 문규현이 초구, 2구희생번트에 실패하며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추가점 확률을 높이지 못한 롯데는 결국 7회초 삼성에 점수를 허용해 1-1 동점이 됐다.
동점 이후 맞이한 7회말에서도 무사 1루에서 김준태, 이우민이 모두 희생 번트 시도에 실패했다. 비록 김준태와 이우민이 각각 볼넷과 사구로 출루하면서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문규현의 적시타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화위복이었지만 아이러니한 결과였다.
8회 무사 1루에서 이여상이 비로소 희생 번트에 성공하며 정훈의 적시 2루타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9회초, 3점을 헌납해 4-4 동점에서 맞이한 9회말, 김재유가 다시 번트에 실패한 뒤 삼진으로 물러났다. 10회말 무사 1루에서는 김준태가 번트를 댔지만 타구가 뜨면서 1루 주자가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선행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됐다.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결국 이우민의 안타로 1사 2,3루를 만든 뒤 문규현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이 나오며 승리를 거뒀다. 만약 경기를 내줬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흑역사 경기’가 될 뻔했다.
올해 롯데는 희생 번트 부문에서 26개를 성공시켰다. 10개 구단 중 3번째로 적은 횟수다. 롯데 타선은 중장거리 타자들이 많고, 타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팀이다.조원우 감독 역시 정말 경기 후반의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희생 번트 작전 자체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작전에 능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밀한 야구에서는 약점을 보일 수 밖에 없는 팀 구조다.
롯데는 아직 중위권 팀들 간의 물고 물리는, 격량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다. 33승39패로 7위다. 기회가 왔을 때를 포착하고 이를 승리로 이끄는 힘을 갖춰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까지 그 힘을 온전히 갖추고 있지 않다.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 이여상의 역전스퀴즈 번트와 같은 세밀한 플레이들이 꾸준하게 발휘되어야 한다. 
정밀하고 세밀한 야구를 잘 하는 팀이 결국 접전의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휘어잡을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다. 이는 조원우 감독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