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없다'는 한화, 선택과 집중도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30 06: 00

한화, 이기나 지나 불펜 필승조 집중 투입  
사라진 추격조, 시즌 갈수록 불펜 과부하
한화 김성근 감독은 요즘 부쩍 "투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기상천외한 마운드 운용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는 김성근 감독에게 전가의 보도와 같은 말이다. 

김 감독의 말은 틀린 건 아니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88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도 계속 비어있다. 시즌 내내 선발투수 부족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로테이션 구축도 되지 않았다. 여기에 부상 선수들까지 한화에 투수가 부족한 건 맞는 말이다. 
문제는 대처법이다. 투수가 부족한 팀이 144경기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적절한 선택과 집중으로 잡을 경기는 잡고, 내줄 경기는 내줘야 하지만 한화는 모든 경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기나 지나 불펜 필승조만 나올 뿐, 추격조는 가뭄에 콩 나듯 기회를 얻는다. 
지난 28~29일 넥센과 고척 원정 2경기를 보면 한화에 왜 투수가 없는지 알 수 있다. 시즌 최다 득점을 뽑아내며 13-3으로 승리한 28일 경기에도 한화는 권혁-박정진-장민재를 투입했다. 특히 13-3, 10점차 리드에서 7회 박정진이 1이닝을 소화한 뒤 스윙맨 장민재가 8~9회 나머지 2이닝을 책임졌다. 
4-7로 패한 29일 경기에는 3점차 뒤진 4회부터 송창식이 2⅓이닝을 던졌다. 송창식이 2점을 허용하며 1-6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6회 1사, 한화는 투수를 박정진으로 교체했다. 5점차 열세 상황이었지만 포기란 없었다. 7회에는 심수창이 1이닝을 던졌고, 8회에야 추격조 정대훈이 등판 기회를 얻었다. 
시즌 전체로 보면 한화 핵심 불펜투수들이 얼마나 불필요하게 투입됐는지 알 수 있다. 송창식은 3점차 이상 열세 상황에 8경기 등판, 15⅔이닝 249구를 던졌다. 박정진도 3점차 이상 열세에 8경기 9이닝 144구를 소화했고, 권혁도 4경기에서 8인이 134구로 힘을 썼다. 장민재 역시 9경기 17이닝 346구로 가장 많은 힘을 썼다. 
5점차 이상 크게 리드하고 있을 때에도 같은 투수들이 호출됐다. 권혁은 3경기에서 5⅔이닝 100구를 던졌고, 장민재는 10점차 리드 상황에서만 2경기 3⅔이닝 67구를 던졌다. 박정진도 10점차 이상 앞선 경기에 2번 나와 1⅓이닝 26구를 소화했다. 송창식은 6점차와 7점차 리드에서 2경기 1이닝 10구. 필승조가 아닌 투수 송신영은 최근 13경기 중 3경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승패 상황에 관계없이 쓰는 투수들만 집중 투입된 것이다. 
한화의 마운드 운용을 바라보는 야구 전문가들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마운드가 약한 팀이 지금처럼 운용해선 144경기를 버틸 수 없다. 모든 경기를 이기려 하면 잡을 수 있는 경기도 놓친다"고 지적한다.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가 많다.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되어온 문제이지만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 들어올 투수 자원은 없는데 남은 투수들만 점점 힘이 빠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 과연 김성근 감독은 운영의 묘를 보여줄 수 있을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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