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구 고민, 2군서 포크볼 장착 대성공
1군 복귀 후 위력 되찾아, 힘 빠진 불펜 활력소
“지금 현재 무엇이 부족한 것 같으냐”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간 문광은(29·SK)에게, 김상진 SK 퓨처스팀(2군) 투수코치는 문제점을 물었다. 스스로 원인을 생각하고, 스스로 답을 내리길 바랐다. 한참을 생각하던 문광은은 “결정구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역시 곰곰이 생각하던 김 코치는 답을 내줬다. 포크볼이었다.
문광은은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다. 145㎞를 상회한다. 지난해 전반기 불펜에서 필승조로 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빠른 공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빠르게 떨어지는 커브를 가지고 있다. 리그에서도 상위권 위력을 발휘하는 커브다. 그러나 이런 문광은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던 것은 결정구 문제였다. 커브는 타자의 허를 찔러 카운트를 잡기는 좋은 구종이지만, 2S 이후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결정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슬라이더도 던질 수 있지만 뭔가 확실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결정구가 필요했다. 문광은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그러나 이 체인지업이 손에 잘 맞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코치는 문광은에게 포크볼을 전수했다. 그런데 포크볼은 손과 기가 막히게 맞았다. 그리고 문광은은 그 포크볼과 함께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고 있다.
올 시즌 부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문광은이다. 2군에 머물던 문광은은 5월에야 1군 첫 등판을 가졌으나 11.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유난히 타자들과의 승부를 힘겨워했다. 하지만 2군에서 포크볼을 배우고 난 뒤는 달라졌다. 문광은은 “생각보다 금방 배웠다. 체인지업은 손과 잘 맞지 않았는데 포크볼의 경우는 전반적인 포인트가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군 코칭스태프는 문광은의 이 포크볼에 주목했다. 실전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인 것은 지난 6월 2일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열린 상무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경기를 총평하던 김경기 SK 퓨처스팀 감독은 “문광은의 포크볼이 기가 막히게 떨어졌다. 저 정도면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흥미로워했다. 이런 김 감독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경쟁력이 있는 구종으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광은은 1군 복귀 후 3경기에서 아직 실점이 없다. 4⅔이닝에서 안타 3개를 맞았을 뿐이다. 반대로 탈삼진은 6개나 잡아냈다. 포크볼의 위력이었다. 물론 149㎞까지 올라간 빠른 공의 위력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지만 2S 상황에서 130㎞ 중반에 이르는 포크볼이 날카롭게 떨어지며 결정구 몫을 해줬다.
문광은은 “커브가 있기는 하지만 빠른 결정구가 필요했는데 포크볼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 같다. 2S 이후 승부가 될지 안 될지, 나 스스로도 이제는 확실한 계산이 선다”라고 효과를 설명했다. 최근 무실점 피칭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다.
문광은은 빠른 공에 위력이 있고, 체력도 갖추고 있어 선발·롱릴리프·불펜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다용도 자원이다. 지난해 필승조로 뛰며 적잖은 경험도 쌓았다. 특히 힘이 빠진 SK 불펜에 큰 몫을 해낼 가능성이 있다. 포크볼과 함께 더 강해진 문광은이 전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