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29, 두산 베어스)가 기량은 물론 매너에서도 으뜸으로 거듭났다.
일반적으로 포수들을 체크스윙 상황이 발생하면 1루심 혹은 3루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망이가 돌아갔는지 여부를 묻는다. 하지만 양의지는 최근 그 제스처를 바꿨다. 손가락 대신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펴고 심판에게 묻고 있다.
이는 두산의 박정원 구단주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박 구단주는 올해 미야자키 전지훈련 기간 김승영 사장, 김태형 감독과의 식사 자리에서 포수들이 손가락으로 심판들을 가리키던 부분을 지적했다. 자칫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양의지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태형 감독도 “(손가락으로 심판을 가리킬 경우) 어떻게 보면 삿대질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바뀐 제스처가) 보기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요즘 보면 다른 팀 포수들도 언젠가부터 바뀐 것 같다. 예의를 중시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게 보기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로서도 나쁠 일은 없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즌 초부터 바뀐 것 같다”는 그는 “구단주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것도 들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보단 좋게 보이는 것 같다. 심판 분들도 야구계의 선배님들이기 때문에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이득도 있다. 양의지는 바꾼 제스처의 장점에 대해 “자주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이전에는 손가락이 직접 심판을 향하다 보니 혹시나 오해를 부를 수 있어 확신을 갖던 상황에만 체크스윙 여부를 질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선됐다.

심판이 봐도 나쁠 것은 없다. 나광남 심판위원은 “사실 바뀐 것을 알지는 못했다. 물론 손 모양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심판을 선배로서) 존중해준다면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주 물어볼 수 있어 양의지도 좋아한다고 하자 좋은 아이디어라는 듯 그도 미소를 띠었다.
최근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포수들이 프로의 제스처를 따라한답시고 손가락으로 심판을 가리키는 일도 늘었다고 하는데, 양의지가 시작한 ‘착한 제스처’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것도 있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나 심판위원도 “양의지 같은 선수가 그렇게 한다면 어린 선수들도 보고 배워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