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코치, 제자들 기념구에 남기는 '러브레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7.02 13: 01

손혁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는 요즘 자주 '편지'를 쓴다.
올 시즌 넥센은 마운드에서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데 선발에서는 신재영, 박주현, 최원태가 데뷔 첫 1군 시즌을 보내고 있고 마무리 김세현은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로 전업해 지난 1일 고척 KIA전에서 처음으로 20세이브를 달성했다.
이들이 첫 승, 혹은 10세이브, 20세이브를 달성할 때마다 넥센에서는 기념구를 챙겨준다. 원래 글씨를 가장 잘쓰는 홍원기 내야수비코치가 기념구에 날짜와 경기를 쓰는 일을 담당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주로 첫 안타, 첫 홈런 등 타자들의 기록이 많았다면 올해는 투수들의 기념구를 챙길 일이 많다. 그리고 기념공의 뒷면에는 손 코치의 메모가 추가됐다.

4월 22일 고척 LG전에서 박주현이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손 코치는 기념구 뒷면에 "씩씩하게! 강하게!"라는 말을 써놨는데 이는 박주현이 처음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신재영이 지난달 22일 고척 삼성전에서 데뷔 첫 10승을 거뒀을 때는 "재영아 축하한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항상 처음처럼"이라는 당부를 남겼다.
1일 고척 KIA전에서는 바빴다. 최원태가 5⅔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거뒀고 김세현도 20세이브라는 경사를 이뤘기 때문. 손 코치는 김세현의 기념구에 "앞으로 10개 남았다^^ 노리면 더 세게, 더 강하게 던져라"라고, 최원태의 공에는 "축하한다^^ 남들보다 첫 승이 늦었지만 원태는 좋은 투수니까 많은 승을 할 거야. 씩씩하게 하자"고 적었다.
손 코치는 이에 대해 "나는 첫 승, 10승 기념구 하나도 없었다. 우리 때는 그런 걸 잘 기념하지 않았는데 지금 은퇴하고 생각해보니 가족끼리, 혹은 혼자서 돌아볼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우리 선수들이 기념구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효과도 있다. 손 코치는 "말로 할 수도 있지만 공에 써놓으면 다른 선수들도 함께 볼 수 있지 않겠냐"며 누군가의 첫 승, 그리고 세이브 기록이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랐다. 애제자 신재영은 "그냥 공만 있는 것보다는 코치님의 글이 있는 게 더 의미있고 좋다"고 미소지었다.
평소 손 코치는 카리스마를 내세우기보다는 선수들과 격의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일. 선수들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손 코치에게 거리낌 없이 털어놓고 있다. 올해 넥센 마운드의 발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대화로 만드는 사제간의 정이다. 손 코치의 '러브 레터'도 투수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최원태 첫 승 기념공(위)-신재영 10승 기념공(아래). 넥센 히어로즈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