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아픈 대표팀, 투혼만이 유일한 희망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7.03 06: 00

 모두가 힘들다. 선수단이 발휘할 마지막 투혼이 유일한 희망이다.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3일 네덜란드전 후 2그룹 잔류 여부가 결정된다. 12개국 중 결선 개최국인 포르투갈을 제외한 최하위가 2그룹에서 탈락하는데, 현재 한국은 승점 7점으로 11위다. 문제는 12위가 포르투갈(승점 6점)이라는 점. 따라서 순위를 한 단계 더 올리지 못하면 2그룹에 남지 못한다.
네덜란드전에서 승점 3점을 딴다면 슬로바키아, 중국, 일본 중 남은 1경기에서 승점을 1점도 쌓지 못하는 팀을 제칠 수 있다. 쿠바와는 승점이 같고 세트 득실에서 뒤져 있어 한국이 승점 3점을 얻으면 쿠바가 2점 이하의 승점을 챙겼을 때 쿠바도 아래에 둘 수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악재가 있다. 한국의 마지막 상대가 2그룹 3위인 강호 네덜란드(승점 18점)라는 것, 그리고 대표팀의 전체적인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 있었다. 지난 2일 이집트전에서 3-2로 승리한 뒤 김남성 감독과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김학민을 인터뷰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주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한선수는 기자회견 도중 쥐가 나 인터뷰 중단 해프닝도 있었다. 그만큼 힘든 가운데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26득점으로 이집트전의 히어로가 됐던 서재덕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이집트전 직후 “체력전이었다. 많이 힘들었다”는 말로 체력 문제를 솔직하게 호소했다. 소속 팀인 한국전력에서보다 공격 점유율이 높아진 점으로 인해 생긴 것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 (공격 점유율이 높은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많이 때리고 팀에 복귀하자는 생각뿐이다”라며 주어진 상황에 맞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리베로 부용찬 역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다 같이 의지를 불태워 이긴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동갑내기 친구 서재덕에 대해서도 “팀에서 공을 많이 때리는 선수가 아닌데 대표팀에서 고생하고 있다”며 걱정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 한선수는 “3세트부터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이집트의 블로킹이 살아나 3, 4세트를 내준 것 같다. 5세트는 힘들었지만 끝까지 집중한 것이 경기를 가져온 비결인 것 같다”고 2연승 원동력을 밝힌 뒤 “마지막 경기인 만큼 선수들도 다 알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남은 힘을 쥐어짜는 것이 선수들의 몫이다”라며 남은 힘을 네덜란드전에 집중시켜 2그룹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표현했다.
부상을 당했거나 재활 중인 선수가 많아 정예멤버를 구성하지 못한 이번 대표팀은 선발된 선수 중에서도 아픈 이가 많다. 그러면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주전들은 지쳤다. 한선수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많이 힘들지만 다른 선수들도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 도우면서 이겨내야 한다”는 말로 정신력을 강조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제 믿을 것은 정신력밖에 없다. 2그룹 잔류를 위한 절박함이 투혼과 만나 작은 기적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사진] FIVB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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