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8회 1점차 열세에 정대훈 투입
승부처에 추격조 투입, 새로운 시도
2일 대전 두산-한화전. 한화가 1-2로 뒤진 8회초 2사 1·3루 위기에서 이상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투수 교체를 알렸다. 권혁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한화 외야 불펜에는 두 명의 투수가 몸을 풀고 있었다. 좌완 정우람과 언더핸드 정대훈이었다.

마운드로 호출을 받은 투수는 정대훈이었다. 여러모로 의외의 결정이었다. 1점차 뒤진 상황에서 8~9회 두 번의 공격이 남은 상황. 평소 김성근 감독 투수 운용 스타일을 보면 이 시점에는 당연히 마무리투수 정우람이었다. 게다가 정우람은 지난달 26일 대전 롯데전 이후 7일을 쉰 상태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정대훈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대훈은 6월 중순 1군 복귀 후 4경기에서 9⅔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93으로 호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격조로서 6점차에서 8점차 뒤진 상황에서 던진 내용으로 경기 후반 1점차 승부에서 투입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상대 타자가 오른손 허경민이라는 점도 결정에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정대훈은 허경민 상대로 통산 5타수 1안타로 잘 막은 반면 정우람은 허경민에게 5타수 3안타로 약했다. 표본이 많지 않지만 김성근 감독은 투수와 타자의 상대성을 중요시한다. 5타수를 유의미한 결과로 판단했다.
여기에 경기 전까지 정대훈은 올 시즌 좌타자(.444)보다 우타자(.200) 피안타율이 훨씬 낮았고, 허경민이 사이드암 계열의 투수에 타율이 2할7푼3리로 높지 않았다. 정우람도 좌타자(.194)에 비해 우타자(.222) 피안타율이 조금 더 높았다. 여러 데이터들과 직감적인 분석을 토대로 정우람 대신 정대훈을 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가 안 좋았다. 정대훈의 초구 120km가 한가운데 몰렸고, 허경민의 배트에 빗맞은 타구가 우측 떨어지는 안타가 돼 실점을 내준 것이다. 계속된 2사 1·3루에서 정대훈은 국해성을 맞아 3구째 체인지업이 원바운드 폭투가 되며 추가 실점을 줬다. 스코어는 1-4로 벌어졌고, 승부는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정대훈은 9회에도 올라와 첫 타자 박건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그제야 정우람이 등판했지만 이미 3점차로 뒤진 상황이었다. 정우람은 오재원을 중견수 뜬공, 민병헌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박건우의 도루 실패로 9회 1이닝을 공 7개로 깔끔하게 막았지만, 한화는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1-4로 패했다.
김성근 감독에게 있어 정대훈 투입은 상당한 승부수이자 모험수였다. 만약 정대훈이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면 불펜에 또 한 명의 주요 자원이 추가될 수 있었다. 시즌을 길게 본다면 합리적인 투수 운용이었다. 그러나 운이 잘 따르지 않으며 추가 실점으로 연결됐고, 아껴둔 정우람 카드도 뒤늦게 써야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였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 만큼 향후 마운드 운용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