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행한 2015-2016 경기규칙에 따르면, ▲상대 선수를 밀었을 때 ▲상대 선수를 붙잡았을 때 반칙이라고 선언할 수 있다. 위 상황은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싸움과 전혀 다른 플레이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에서는 위와 같은 행동을 하고도 반칙이 선언되지 않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3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FC와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가 대표적이다.
# 전반 15분 코너킥 상황. 키커가 공을 차기 전 수원 레이어는 전북 로페즈를 막기 위해 팔로 감싸 안아 움직임을 방해한다. 로페즈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 전반 20분 전북이 오른쪽 측면을 공략할 때 박스 내의 수원 김한원은 전북 이종호의 유니폼을 계속 잡아 당겨 움직임을 방해한다. 김한원이 유니폼을 심하게 잡아 당기는 바람에 유니폼의 뒷쪽은 완전히 찢어진다.
#전반 43분 코너킥 상황. 수원 블라단이 전북 최규백을 팔로 안았다. 김한원도 이종호를 팔로 안고 있다. 코너킥이 올라오고 최규백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고형진 주심에게 항의한다.
#후반 28분 아크 오른쪽에 있던 이종호가 문전으로 살짝 띄우는 패스를 한다. 레이어가 김신욱의 유니폼을 잡아 당긴다. 무게 중심이 흐트러진 김신욱은 넘어지고 만다.
몇 장면을 추려봤다. 전북이 당한 반칙들이다. 물론 위와 같은 반칙을 전북만 당한 것은 아니다. 수원도 당했다. 대표적인 몇 장면일 뿐이다. 그러나 네 장면 중 반칙이 선언된 것은 후반 28분밖에 없다. 다른 장면은 모두 반칙이 선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북은 경기 내내 고형진 주심에게 항의를 한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고형진 주심, 우상일 대기심과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선되는 것은 없었다. 경기 막판까지 손과 팔을 이용한 반칙은 계속됐고, 이종호에 이어 김신욱의 유니폼도 찢어지고 말았다.
손으로 붙잡지 않는다면 유니폼이 찢어질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즉 정당한 몸싸움이 아니다. 경기 규칙에 언급된 반칙이다. 그러나 이날 심판들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반칙이 선언되지 않는 만큼 선수들은 그런 상황을 계속 만들어 이용했다. 비정상적인 수단의 사용 속에 경기는 계속 거칠어졌다.
경기도 비정상적으로 거칠어졌다. 관중들이 보기에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애당초 그런 상황에서 반칙을 선언하고 강력한 주의를 내렸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90분 동안 손과 팔을 이용한 장면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기 중에 관중들이 눈살을 찌푸릴 상황도 드물었을 것이다.
혹자는 경기 내내 나오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다 반칙으로 선언하냐고 한다. 경기의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칙은 어디까지나 반칙이다. 반칙이 경미하다고 그냥 지나치면, 반칙은 정당한 플레이가 된다. 반칙이 정당한 플레이가 되는 순간 경기 규칙은 물론 심판의 존재 가치도 흔들리게 된다. 경기의 흐름이 경기 규칙과 심판의 존재 가치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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