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학의 이글아이] 한화는 왜 투수가 없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7.04 06: 00

"투수가 없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올 시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팀 평균자책점 5.93으로 이 부문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한화는 김 감독 말대로 투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내내 5인 로테이션이 고정돼 있지 않은 선발진은 말할 것도 없고, 불펜에서도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 가리지 않고 늘 나오던 투수들만 나온다. 
김 감독은 "올해처럼 투수가 모자란 적은 없었다. 시즌 전부터 투수 7~8명이 부상으로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시즌 개막 직전 투수들에게 "4월 한 달은 투수 7~8명을 쓸 테니 1회에도 선발을 바꿀 수 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어느새 7월로 시즌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도 한화의 마운드 운용은 4월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결국 또 같은 말,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로테이션을 동시에 들어온 적이 없고, 장민재를 제외하면 새롭게 튀어 나온 투수가 없다. 설상가상 지난해 선발진에서 활약한 안영명·배영수·김민우가 부상 후유증으로 아직 1군 전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이 구상한 마운드 전력에 한참 모자라고, 임시방편으로 투수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화를 바라보는 야구인들은 '투수가 없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왜 그럴까?'라는 반문을 던진다. 한화에 왜 투수가 없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물음이다. 
야구인 A씨는 "시즌 전만 하더라도 한화 마운드는 꽤 힘이 있을 것으로 봤다. 권혁·박정진·정우람·윤규진의 불펜은 정상급으로 평가했다. 선발진도 물음표가 많았지만 안영명·송창식·송은범·배영수·심수창·송신영 같은 베테랑들에 이태양·장민재·김재영·김민우·김용주·김범수·송창현 젊은 투수들까지 전체적으로 쓸 만한 자원들이 많았다"며 "지금 와서 보면 부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사라진 선수들이 많다. 젊은 선수는 장민재 빼고 제대로 올라온 투수가 없다. 부상 관리와 선수 육성 모두 안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부상 선수 공백이 크다.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팔꿈치 인대에 문제가 생긴 에스밀 로저스가 대표적이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언제든 부상이 찾아올 수 있지만 이후 관리가 중요하다. 로저스는 복귀 후 6경기 만에 부상이 재발돼 팀을 떠났다. 안영명과 김민우는 연습투구 중 어깨에 문제가 생겼다. 이태양과 배영수는 팔꿈치 수술 후 구속과 구위가 회복되지 않았다. 송신영도 시범경기 기간 러닝 도중 햄스트링이 다쳤고, 심수창은 손가락 물집 탓에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임준섭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조용히 군입대했다. 투수들의 부상이 잦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도 더디다. 장민재도 엄밀히 말하면 2011년 이미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8년차 투수. 야구인 B씨는 "지금 한화는 젊은 투수들이 크기 어려운 환경이다. 팀 사정이 급하다 보니 진득하게 기회를 받을 수 없다. 젊은 투수들은 한두 경기 못할 수 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 한화는 그런 실패를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성적을 쫓다 보니 아직 자기 것이 확실치 않은 젊은 선수들도 어영부영하다 시간만 보낸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넥센 신재영·박주현·최원태, kt 주권, NC 정수민, 롯데 박진형, 삼성 김기태, SK 문승원처럼 새로운 선발투수가 한화에는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다. 
야구인 C씨는 마운드 운용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김성근 감독 말씀대로 KBO리그 전체에 투수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팀들이 한화처럼 마운드를 운용하진 않는다. 다른 팀들도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지만, 경기를 지는 한이 있더라도 정상적인 로테이션과 상식적인 선에서 운용을 한다. 넥센이 대표적이다. 투수들을 믿고 교체할 때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어있다"며 "한화 투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더라. 투수가 교체될 때 올라가는 투수나 내려가는 투수나 스스로 왜 그런지 납득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몇몇 투수들을 빼면 벤치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 시즌 고바야세 세이지 코치에서 정민태 코치 그리고 이상군 코치로 메인 투수코치가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24명의 투수들을 1군 경기에 썼다. 어떤 식으로든 투수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찾고 있지만 지금 당장 뾰족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 김성근 감독도 "어느 팀이든 투수력을 당장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 감독 말대로 당장 쉽지 않다면 멀리 보는 것도 필요하다. 야구인 C씨는 "아직 5강 희망이 충분한 만큼 쉽게 결정하긴 어렵겠지만 남은 시즌 내년을 위해 기반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감독으로서 성적을 멀리 할 수 없지만 김성근 감독은 내년까지 계약기간이 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길게 바라보면 좋을 텐데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연 언제까지 투수 없다는 타령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한화 담당기자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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