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KBO리그, 경기감독관 결정 막중
"최우선은 팬, 빨라서도 늦춰서도 안 돼"
KBO리그가 본격적인 장마전선을 맞이했다. 장마철과 함께 경기감독관의 결정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두산과 한화의 시즌 8차전을 앞두고 경기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3시쯤 김시진 감독관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전 지역에는 정오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김시진 감독도 평소보다 일찍 야구장에 출근했다.
김 감독관은 우산을 쓰고서 그라운드를 뒤덮은 대형 방수포를 중심으로 외야까지 움직이며 직접 잔디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우산을 들지 않은 나머지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해 기상청 예보를 실시간 체크하며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도 했다. 코치나 선수들의 반응도 들어보고, 구장관리인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다.
이날 오후부터 많은 양이 비가 계속 올 것으로 예보돼 있었지만 김 감독관은 곧장 우천 연기를 결정하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예보에 따라 경기 시작 3시간 전 일찍 우천 연기를 결정했지만, 최근에는 성급한 우천 결정에 따른 비판 여론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김 감독관은 이날 오후 4시28분 KBO에 우천 연기 결정을 최종 통보했다. 그는 "숙소에서 나오는데 서울에서 원정 응원을 온 두산팬 분들이 많으시더라. 그 분들은 멀리서 야구를 보기 위해 오신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오시는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우천 연기를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 팬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늦게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 김 감독관은 "정말 애매한 경우가 아니라면 팬 분들이 입장하기 전에 우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팬 분들을 경기장 안에 들여놓고 취소하는 것도 좋지 않다. 너무 시간을 끌지 않아야 팬 분들도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우천 연기 결정도 관중 입장시간 이전에 이뤄졌다.
김 감독관은 "비가 오는 날 경기감독관들은 걱정이 많이 앞선다. 정말 애매하게 비가 오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비 예보 시간은 물론 방수포를 걷고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래서 비 예보가 있는 날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은 빨리 나와서 체크하고 있다"며 "고척돔 경기에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 좋다"고 웃어보였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당분간 장마전선은 지속된다. 보이지 않게 고충이 큰 경기감독관들의 판단과 결정이 더욱 막중해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