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고 유망주, 정말 美동아리팀에 졌나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7.05 06: 32

한국대학에서 농구를 최고로 잘한다는 선수들이 미국대학 동아리 팀에 졌다고?
은희석 감독이 이끄는 한국A는 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 KCC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결승전에서 하와이 퍼시픽 대학(Hawaii Pacific University)에 84-91로 패했다. 대학선발 중에서 최정예로 구성된 한국A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후 팬들은 ‘한국이 미국 동아리팀에 졌다’는 댓글을 달며 한국 팀의 실력을 비하하고 있다. 정확하게 짚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지적이다.

▲ HPU 선수들은 엘리트 체육선수들 
한국을 꺾은 HPU는 미국대학농구 NCAA 디비전2 산하 퍼시픽 웨스트 컨퍼런스(Pacific West Conference) 소속이다. 2015-16시즌 HPU는 PWC 정규시즌에서 14승 6패로 14팀 중 5위를 차지했다. 디비전2 소속 24개의 컨퍼런스마다 전력이 다르지만, HPU는 중상위권 정도의 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HPU의 선수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운동부(athletics) 산하 농구부(Varsity team)다. 그 중 10명은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엘리트 선수들이다. 한국과 달리 대학에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지만, 공부로 입학해서 취미로 운동하는 동아리 선수들은 분명 아니다.
▲ 프로리그에서 뛸만한 선수는 한 명 
디비전2의 선수들은 프로농구선수가 아니라 공부에 목표를 두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KBL에 진출했던 외국선수들 대부분이 디비전1의 대학을 졸업했다. 디비전2 출신은 제스퍼 존슨 정도가 있다. 장학금 때문에 디비전2로 가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목적이라면 디비전1에서 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그만큼 디비전1과 2의 격차가 크다.
한국을 이겼지만 HPU 선수들이 프로리그에서 뛰기에 기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전이 끝난 뒤 대런 보더브루게 HPU 감독에게 프로팀에서 뛸만한 선수가 몇 명인지 물어봤다. 그는 “3번 천시 오어가 프로가 될 자질이 있다. 그의 아버지 루이스 오어는 10년 동안 NBA에서 뛰었다. 천시는 아마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프로선수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꼽았다. 반대로 나머지 선수들 중에는 농구선수를 직업으로 삼을만한 선수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NCAA는 비시즌 단체훈련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HPU는 해외국제대회인 아시아퍼시픽 챌린지에 참가한 덕분에 다른 팀보다 빨리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전에서 21점을 넣은 조나단 얀센은 전학생이다. 그는 동료들과 불과 며칠 동안 손발을 맞춰봤다고 한다. 센터인 그는 5개의 3점슛을 꽂아 한국에 치명타를 날렸다.
보더브루게 감독은 “32번 선수는 호주에서 왔다. 지난 월요일에 처음 만난 선수다. 다른 학교에서 뛰다 전학을 왔고 아직 하와이도 와본 적도 없는 선수다. 오늘 3점슛을 5개나 넣어서 나도 당신들만큼 놀랐다. 계속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면서 웃었다.
▲ 디비전2 선수들에게 패한 한국 최고 엘리트 
HPU는 단일팀이었고, 한국은 선발팀이라 불리했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대학리그 전반기를 마친 한국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경기감각은 더 좋은 상태였다. 이종현, 천기범 등 주축 선수들은 청소년대표팀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또 이들은 이상백배 등 대학선발을 4년 동안 거치면서 같이 뛸 기회가 많았다.
반면 HPU는 비시즌인데다 남의 나라에서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서 뛰었다. 기존 선수들과 전학생 및 신입생들이 대회 전 손발을 한 번도 맞춰보지 않은 상태였다. HPU가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경기력이 좋았던 이유였다. HPU는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모두 한국을 능가했다. 180cm에 불과한 조던 마틴이 26cm 큰 이종현을 상대로 공격리바운드를 따내 골밑슛을 넣기도 했다. 투지에서도 한국이 상대가 되지 못했다.
디비전1 산하에 351개의 남자농구부가 있다. 디비전2에도 270개 정도의 농구부가 있다. 디비전1의 모든 농구부가 디비전2보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수준이 더 높다. 어림잡아도 미국에 한국대학선발보다 농구 잘하는 대학팀이 400개는 족히 있는 셈이다.
2년 전 한국성인대표팀은 BYU-하와이와의 연습경기서 패했다. 국가대표팀도 지는데 대학선발이 졌다고 망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미국농구의 저변이 엄청나고 넓고, 한국농구의 수준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이다. 아시아 퍼시픽 챌린지는 한국농구의 현주소가 어느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 우물 안 개구리에 만족할 것인가 
한국선발로 뛴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는 2016 프로농구 드래프트서 상위 지명이 확실시되는 유망주들이다. 실제로 세 선수는 왜 자신들이 ‘빅3’로 불리는지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종현의 골밑지배력은 비슷한 나이의 국내선수 중 대적할 자가 없다. 최준용은 2미터의 신장에 수준급 패스와 볼핸들링을 보였다. 강상재 역시 신장도 좋으면서 부드러운 슛터치를 보였다. 세 선수 중 한 명만 잡아도 KBL팀에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세 선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계도 절감했다. 이종현은 체중을 116kg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페인트존에서 득점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최준용은 다재다능하지만 플레이가 매우 불안정하다. 중요한 순간 턴오버나 슛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너무 잦다. 강상재는 골밑을 보기에는 파워가 모자라고, 속공을 뛰기에는 느리다.
세 선수가 KBL에서 외국선수 조력자로 만족한다면 현재의 기량도 충분하다. 지금의 기량만 발휘해도 프로농구에서 스타로 군림하며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주역이 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세 선수가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로 클 것인지는 전적으로 본인들 의지에 달렸다.
대회를 마친 이종현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우승을 못했다는 아쉬움과 자신의 부족함이 동시에 밀려왔기 때문. 이종현은 “가장 아쉬운 것은 필드골과 자유투 성공률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이다. 득점이 계속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더 키워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다짐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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