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홈런·123타점·191안타 페이스
2루타·총루타도 팀 기록 경신 가능
시간으로 따지면 팀 유니폼을 입은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 정의윤(30)을 뺀 SK는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팀의 4번 자리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다. 그런 정의윤은 이제 SK의 팀 역사를 상당 부분 갈아치울 기세다.

SK의 4번 고민을 완전하게 해결한 정의윤은 리그 정상급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4일까지 77경기, 즉 팀 모든 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4리, 17홈런, 66타점, 103안타, 40득점을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40에 이른다. 전 경기 출전이라는 체력적인 부담에 4번의 압박감 및 집중견제를 이겨내고 만든 수치라 더 값지다. 누가 뭐래도 전반기 SK의 최고 공신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스스로는 “6월에 팀에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라고 겸손해 하지만 큰 슬럼프 없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월별 기록을 놓고 보면 4월 타율 3할1푼7리에 5홈런·27타점, 5월에는 타율 3할6푼5리에 5홈런·19타점, 6월에도 타율 3할1푼4리에 6홈런·16타점이다. 매달 3할 이상의 타율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 모두 5홈런 이상·15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이런 꾸준함을 가진 타자는 분명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런 정의윤은 리그 타율 12위·최다안타 공동 2위·홈런 공동 4위·타점 3위 등 전체 순위표에서도 고루 상위권에 올라있다. 생애 첫 타이틀 수상도 가능한 추세다. 또한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기에 정의윤의 최종 성적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당연한 일. 정의윤은 이 페이스대로 시즌 전 경기에 나선다면 32홈런·123타점·191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SK 팀 역사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우선 최다 안타는 가능성이 꽤 높다. 역대 SK 타자 중 한 시즌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선수는 지금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정근우다. 정근우는 2009년 168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정의윤은 벌써 100안타 고지를 넘어섰으니, 큰 부상만 없다면 정근우의 기록을 무난하게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타점 또한 팀 역사를 향해 가고 있다. SK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은 2004년 이호준의 112타점이다. 정의윤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3할6푼9리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더 높다. 타점 상황에서는 집중력이 있다. 타점은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도움도 필요한데 최근 SK 동료들의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좋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마냥 정의윤을 피해갈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SK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페르난데스가 2002년 세운 45홈런이다. 이를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토종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2003년 이호준의 36홈런은 도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잠시 주춤했던 홈런포가 다시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윤은 최근 10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치는 등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그 외에도 다른 기록에 도전할 만하다. 정의윤은 4일까지 19개의 2루타를 기록 중이다. SK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은 2012년 최정과 2014년 박정권이 기록한 33개다. 총루타는 2002년 페르난데스의 299루타인데, 정의윤은 벌써 175루타를 기록 중이다. 이 역시 사정권에 있다. 이에 대한 질문에 정의윤은 “끝까지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의미를 두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SK 역사에서는 ‘역대급 타자’가 출현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