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경기를 뛰게 돼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었다. 삼성 이적 후 첫 출장 기회를 잡은 최재원이 멀티 플레이어로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박석민(NC)의 FA 보상 선수로 팀을 옮기게 된 최재원은 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6번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오른 손바닥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백상원 대신 김재현을 2루수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최재원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 기회를 주기로 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 탓에 뒤늦게 1군 무대를 밟은 최재원은 공수 양면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1회 1사 만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최재원은 LG 선발 우규민에게서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다. 김정혁의 중전 안타 때 3루까지 안착한 최재원은 이정식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는데 성공했다.
3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재원은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적 후 첫 안타. 김정혁의 중전 안타, 이정식의 3루 땅볼로 3루까지 진루했다. 하지만 김상수(2루 뜬공), 박해민(2루 땅볼)이 범타로 물러나는 바람에 추가 득점에는 실패.
수비에서도 최재원의 활약은 돋보였다. 삼성은 5회초 이병규와 김용의의 연속 안타, 오지환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LG 벤치는 삼성전에 강한 손주인을 대타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최재원은 손주인의 타구를 걷어 내며 대량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9회초 2루수에서 우익수로 수비 포지션을 옮기는 등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삼성은 LG를 7-3으로 꺾고 6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3연패를 마감했다. 최재원은 경기 후 "오랜만에 경기를 뛰게 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면서 "오랜만에 하다 보니 실전 감각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 뛰면서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재원은 대수비, 대주자 등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최재원은 "내야 뿐만 아니라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다면 1군 엔트리 구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비 포지션은 어디든 상관없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쁘고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내 자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만 하면 코칭스태프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최재원은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한 경기에 불과하다. 계속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 FA 보상 선수 잔혹사에 시달렸던 삼성이 모처럼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 같다. /what@osen.co.kr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