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기가 많은 프로야구 선수는 대부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생활을 한다. 그러나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야구장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조금 쉬엄쉬엄 할 만도 한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대구 홈경기가 열릴때면 정오 전후에 야구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한다. "집보다 야구장이 더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찌감치 은퇴 시점을 정해 놓고 그라운드를 뛰는 이승엽에게 만족이란 건 없다. "지금의 모습이 최고의 모습이라면 만족할 수 있겠지만 예전에 너무 좋았기에 만족할 수 없다. 만족을 모르기에 아직까지 야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승엽은 5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일찍 야구장에 도착했다. NC와의 주말 3연전(7월 1일~3일) 모두 우천 취소되는 바람에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이승엽은 훈련량을 좀 더 늘렸다. 6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3연패를 마감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쐐기 투런 아치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의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다.
이승엽은 1-0으로 앞선 1회 1사 후 LG 선발 우규민의 2구째 커브(117km)를 잡아 당겨 우익선상 2루타로 연결시켰다. 이는 대량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신호탄과 같았다. 이후 최형우의 몸에 맞는 공, 아롬 발디리스의 우전 안타로 만루 기회를 잡은 삼성은 최재원의 밀어내기 볼넷, 김정혁의 2타점 적시타, 이정식의 내야 땅볼로 5-0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승엽은 5-0으로 앞선 4회 무사 1루서 우규민에게서 좌월 투런 아치를 빼앗았다. 비거리는 105m.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삼성은 LG를 7-3으로 꺾고 6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승엽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승리였다.
이승엽은 경기 후 "우선 무엇보다 팀이 이겨 다행이다. 우천 취소로 오래 쉬었기 때문에 감각을 찾기 위해 일찍 나와 경기를 준비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 팬들께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중일 감독 또한 "역시 이승엽의 추가 홈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