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리(27, 미국)에 대한 WKBL의 징계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소용이 없다.
WKBL은 5일 등촌동 WKBL 사옥에서 이사회를 갖고 첼시 리 사건에 대한 징계수위를 다뤘다. 그 결과 WKBL은 지난 시즌 KEB하나은행과 첼시 리의 모든 성적과 기록을 삭제하고 첼시 리를 WKBL에서 영구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WKBL은 논란의 발단이 된 해외동포조항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혼혈선수가 있다면 외국선수 혹은 국내선수 신분으로 뛰어야 한다는 소리다.
첼시 리에 대한 징계는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첼시 리가 하나은행의 동의없이 다른 리그에서 뛸 수 있다면 WKBL의 징계는 큰 의미가 없다.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기 위해서는 전 구단의 이적동의서(IC)가 필요하다. 첼시 리의 타 팀 이적에 하나은행의 이적동의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칼자루는 하나은행이 쥔다. 하나은행이 이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첼시 리의 선수생명이 끝날 수 있다.

그런데 국제농구연맹(FIBA)은 첼시 리가 비시즌 WNBA 워싱턴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했을 때 하나은행이 이미 이적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첼시 리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뛰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첼시 리가 서류 위·변조에 직접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에 있는 첼시 리는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검찰은 미국 정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미국 측 답신이 올 때까지 첼시 리를 기소중지한 상태다. 첼시 리가 계속 귀국을 거부한다면 검찰의 수사는 진행되기 어렵다.
하나은행 관계자들이 미국에 찾아갔을 때도 첼시 리 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첼시 리는 대신 사과의 편지를 전했다. 행정적 문제는 여전히 에이전트에게 일임하고 있다. 첼시 리의 에이전트는 첼시 리의 양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첼시 리의 태도로 볼 때 그가 한국으로 돌아와 수사에 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실적으로 KEB하나은행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미국에서 첼시 리를 고소하는 것이다. 조성남 하나은행 단장은 “첼시 리에게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 타 팀에서 못 뛰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 와중에 WKBL은 첼시 리의 타 리그 이적문제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신선우 총재는 “구단과 선수측이 협의를 해야 할 문제”라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첼시 리가 귀국해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있겠냐는 물음에 신 총재는 “구단이 접촉했지만 결과가 없었다.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