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코치, 5연타석 홈런을 기다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07 13: 14

“벤치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죠”
최승준은 지난 6월 28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쳐냈다. KBO 리그 역대 최고 기록인 4연타석 홈런도 기대됐던 상황. 그러나 “힘이 들어갔다”고 경기 후 털어놓은 최승준의 스윙에서 나온 타구는 그렇게 멀리 뻗지 못하고 아쉽게 좌익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이미 경기 주도권은 SK에 넘어온 상황으로, 경기 결과보다는 기록에 더 집중됐던 타석이었다. 그런데 그런 최승준을 보면서 간절히 홈런을 바라던 이가 있었다. 바로 박경완 SK 배터리코치였다. 박 코치는 최승준의 타구가 아웃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코치는 6월 23일 인천 LG전에서 이재원이 전날(22일) 마지막 타석을 포함해 3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소속 코치가 소속 선수의 홈런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박 코치는 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박 코치가 이 부문 기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코치는 현대 소속이었던 2000년 5월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다. 2회와 3회 선발 조규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고, 5회에는 오창선을 상대로, 6회에는 김경원을 상대로 각각 홈런을 치며 역사적인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2경기에 걸쳐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쳐낸 것은 박 코치가 유일하다. 그래서 이재원이나 최승준의 홈런 기록을 더 바랐던 것이다. 자신의 기록에 하루빨리 제자들이 도달하길 바랐다.
사정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박 코치는 “솔직히 그때 홈런 3개를 쳤을 때 네 번째 타석에서는 몸쪽으로 공을 던지더라”라고 빙그레 웃었다. 몸에 맞는 공을 주더라도 홈런은 주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점수차가 이미 15-2인 상황에서 위협구 성격이 짙은 공이기도 했다. 한 시대 앞서 활약했던 김용희 SK 감독은 한술 더 떠 “우리 때는 2개만 쳐도 몸에 맞히곤 했다”고 했다.
물론 요즘도 연타석 홈런을 맞으면 그 다음 타석에서는 최대한 까다롭게 승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대놓고 몸에 맞히지는 않으니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승준도, 이재원도 고지를 코앞에 두고 놓쳤다. 어쩌면 선수 경력에서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으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를 경험해본 박 코치도 그런 심정이었다.
보통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이 자신의 기록을 깨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박 코치는 다르다. 박 코치는 “어떤 선수가 4연타석 홈런 뒤, 5연타석 홈런에 도전한다고 해도 응원하겠는가”라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당연하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다른 팀 선수라도 응원하겠다”고 껄껄 웃었다. 이재원 김민식이라는 소속 포수들의 지도에 밤낮을 고민하는 박 코치의 얼굴에 오래간만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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