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종호(24, 전북 현대)는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은 공격수로, 광양제철중과 광양제철고를 거쳐 만 19세에 전남 드래곤즈에서 데뷔해 기량을 키웠다. 이종호는 기대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해 지난해에는 12골을 넣어 득점랭킹 6위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성장한 만큼 이적의 기회가 왔다. 이종호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전북으로 이적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전남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전남을 떠난 이종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시즌 초반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설상가상 시즌 첫 골도 뒤늦게 나왔다. 지난 4월 6일 빈즈엉(베트남) 원정에서 이종호는 시즌 첫 골을 넣었다. 그러나 웃지 못했다. 전북이 빈즈엉에게 2-3으로 패배하면서 시즌 첫 득점포에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시련과 부진은 끝나지 않았다.
이종호는 "빈즈엉전에 골을 넣어도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베트남 리그 1위라고 해도 대학팀 수준이다. 대승이 당연했다. 그래서 시즌 첫 골이라도 좋아할 수가 없었고 더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격수들은 골을 넣은 이후에 또 골을 잘 넣는다. 분위기를 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종호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이 없었다. 빈즈엉전 패배로 이종호는 더 침체됐다. 그는 "그 때는 부담도 있었고 출전 시간도 짧았다. 골을 넣었어도 쫓기는 기분이 들어서 흐름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 받은 기초 군사훈련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면 3개월 정도는 후유증에 시달린다. 이종호도 그 후유증을 겪었다. 그는 "핑계로 들릴 수도 있다. 몸상태도 그렇고 마음도 불편했다.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있었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 명단에 들고도 교체로 출전하지 못해 '괜히 전북으로 이적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종호는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치면서 전남에 남았으면 하는 생각과 후회가 들기도 했다"고 몇 달 전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종호는 그런 생각을 빠르게 접었다. "오래가지 않았다"고 밝힌 이종호는 "전북에 온 만큼 부진을 보란 듯이 이겨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동국이형도 어서 이겨내라고 격려해주셨고, (김)신욱이형도 나랑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의지를 하며 이겨냈다"고 전했다.
이종호의 강한 의지는 결실을 맺었다. 매일 굵은 땀을 흘린 덕분에 몸상태는 정상이 됐고, 예전의 경기 감각을 찾았다. 그 결과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6경기 동안 5골을 기록했다. 특히 이종호가 넣은 5골 모두 결승골 혹은 동점골로 전북에는 큰 힘이 되는 득점이었다.
최강희 감독의 격려가 도움이 됐다. 최 감독은 이종호에게 "팀을 옮기면 힘들 수밖에 없다. 그건 네가 이겨내야 한다. 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널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는 "큰 힘이 됐다. 감독님이 날 선택한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개인 훈련에 몰두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끊임없는 지지도 빠질 수가 없다. 이종호는 "부모님께서 항상 경기장에 오셔서 묵묵히 보고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가끔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를 해주셨는데 힘이 됐다. 그리고 여자친구도 도움이 됐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같이 있어주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늦게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남은 시즌에 대한 욕심이 크다. 또한 욕심 만큼 동기부여도 크게 되고 있다.
이종호는 "공격수로 투입되는 매 경기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겠다고 다짐한다. 그게 내가 뛰는 이유와 임무다. 팀의 승리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시즌이 끝나야 알겠지만 우승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목표로 한 모든 것을 이루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