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NC전 13승28패 절대 열세
지역라이벌이라 이름 붙이기 민망한 현 상황
공룡들 앞에만 서면 움츠러드는 거인들이다. 좀처럼 '공룡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7일 마산 NC전 4-8로 역전패 하면서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NC전 7연패에 빠졌고 시즌 전적은 1승 8패다.
7일 경기 롯데는 모처럼 NC를 상대로 경기 초중반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이끌었다. 51일 만의 복귀전을 치른 송승준이 전날(6일) 12점을 뽑아낸 NC 타선을 6회까지 단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1 동점이던 6회초에는 강민호의 역전 스리런 홈런까지 터졌다. 4-1의 리드. 그러나 롯데는 7회초 거짓말 같이 6점을 대거 헌납하면서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를 복기해보면, 롯데는 벤치의 역량, 선수들의 집중력에서 모두 NC의 그것에 비해 모두 밀리는 경기를 펼쳤다. 1회부터 삐걱거렸다. 1회초 선두타자 손아섭에 좌측 폴 부근으로 날아가는 홈런성 타구를 때렸다. 3루심의 판정은 파울이었다. 하지만 중계방송 리플레이에서 타구는 폴 사이의 구조물 속으로 타구가 통과하는 화면이 잡혔다. 애매한 타구였기에 합의판정을 신청했다면 충분히 판정을 번복할 수 있던 타구였다. 하지만 롯데 벤치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손아섭은 삼진으로 물러났고, 초반 리드를 잡을 수 있던 기회를 놓쳤다. 결국 2회말 NC 김태군에 적시타를 허용해 선제 실점했다.
그리고 문제의 7회말. 벤치와 선수들이 동시에 얼어붙는 듯 한 장면이 속출했다. 6회까지 90개를 던진 송승준이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테임즈에 초구를 얻어맞아 우전 안타, 이호준에 사구를 허용해 무사 1,2루에 몰렸다. 뒤늦게 롯데는 투수를 홍성민으로 교체했다.
이번엔 선수들이 혼란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무사 1,2루에서 박석민이 유격수 정면의 강한 땅볼을 때렸다. 제대로 포구만 했다면 병살로 유도할 수 있던 상황. 하지만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던 문규현이 포구를 하지 못하며 1루 선행 주자만 아웃시키는데 그쳤다. 2사 3루가 1사 1,3루가 됐다.
그리고 이번엔 손시헌의 타구 때 2루수 정훈이 타구 스타트를 정 반대로 하면서 우전 안타를 내주며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이 타구는 2루타가 되며 1사 2,3루가 됐다. 필승조인 윤길현까지 투입했지만 소용 없었다. 첫 타자 조영훈에 우전 적시타를 허용해 3-4에 1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김준완의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를 1루수 박종윤이 처리했지만 홈에 송구하지 못하며 4-4 원점을 만들었다. 김준완의 번트가 떴기에 3루 주자는 스타트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홈 송구가 제대로 연결됐다면 추가 실점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종윤도 타구를 잡은 뒤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1루에서만 겨우 아웃시켰다.
위기는 2사 2루로 이어졌고 이종욱에 역전 적시타, 그리고 지석훈에 쐐기 투런포까지 한꺼번에 허용하고 말았다. 롯데는 우왕좌왕했다. 결과론이지만, 벤치는 투수교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도, 선수들 역시 혼란에 빠졌다. 롯데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NC의 기세에 그대로 눌리고 말았다.
올해 롯데는 NC에 완전히 ‘호구 잡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C를 상대로 팀 평균자책점은 7.62에 달하고 있다. 팀 타율 역시 2할3푼3리에 불과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또 다른 천적인 KIA전(2승7패) 7.93에 이은 두 번째로 높고, 타율은 상대한 팀들 가운데 가장 낮다. 아울러 7일 경기처럼 7회 이후에 대량 실점을 하는 경기를 연속해서 치르면서 NC전을 점점 승리하기 힘든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7연패 포함해 NC전 1승8패, 그리고 NC가 강팀으로 거듭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13승28패의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라이벌’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민망한 전적이다. 여기에 벤치의 수싸움, 선수들의 집중력 모두 뒤떨어지고 있는 롯데다. 언제쯤 이 불운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을지도 기약이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