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캠프, 현역 메이저리거 '특급 투구 예고'
파워피처 로저스와 다른 제구+변화구 투수
한화가 에스밀 로저스의 빈자리에 새로운 거물 투수를 데려왔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활약한 좌완 에릭 서캠프(29)가 그 주인공이다.

한화는 8일 새 외국인 투수로 좌완 서캠프를 총액 45만 달러에 영입을 확정했다. 지난달 24일 팔꿈치 부상 문제로 웨이버 공시된 로저스의 빈자리를 서캠프가 메우게 된 것이다. 지난해 8월 한화가 로저스를 총액 70만 달러에 영입하며 화제가 된 것처럼 서캠프 역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캠프는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안착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9경기를 선발투수로 로테이션을 돌았다. 승리없이 5패 평균자책점 6.98로 부진했지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5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07로 빼어난 성적을 낸 만큼 KBO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
서캠프는 로저스처럼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처 유형은 아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8마일로 약 142km.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힘으로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012년 3월 토미존 서저리로 불리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전후로 구속은 차이가 없다.
강속구보다 안정된 제구와 커맨드 그리고 체인지업·커브 같은 떨어지는 변화구 구사 능력이 서캠프의 강점이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결정구로 활용하는 체인지업·커브가 마이너리그 8시즌 통산 9이닝당 탈삼진 9.7개의 비결. 9이닝당 볼넷도 2.5개에 불과할 만큼 원하는 곳에 제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투구폼에도 강점이 있다. 195cm 장신에서 팔이 옆으로 나오는 스리쿼터 유형의 서캠프는 크로스 스탠스로 던진다. 과거 KBO리그 특급 좌완으로 활약한 벤자민 주키치(전 LG), 앤디 밴헤켄(전 넥센)과 비슷하다. 공이 빠르지 않아도 상대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투구폼이라면 KBO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
KBO리그 타자들은 이제 웬만한 강속구 투수에게는 내성이 생겼다. 로저스처럼 수준급 변화구와 제구를 갖추지 않은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강속구가 없어도 까다로운 투구폼에서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에서 던질 줄 아는 투수들이 떠오르고 있다. 서캠프는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커터와 투심처럼 볼끝 움직임이 심해 뜬공보다 땅볼 유도가 많은 스타일이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과제는 낯선 KBO리그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여부. 미국에 비해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대체로 좌우가 넓지만 상하는 좁다. 제구 위주 투수라면 이 부분부터 적응해야 한다. 아울러 한화 특유의 4일 로테이션을 버텨낼 수 있는 체력도 과제다. 표본은 많지 않지만 메이저리그 시절 통산 4일 휴식 선발등판 성적은 5경기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94로 5일을 쉰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18에 비해 좋지 않았다. 물론 6일 이상 쉬고 선발로 나온 8경기 성적이 1승4패 평균자책점 10.48로 가장 안 좋았다는 부분도 참조할 만하다.
미국 야구도 투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한화는 최대한의 선수를 뽑아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KBO리그 여러 구단들이 눈독을 들이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평가됐다. 로저스와 또 다른 스타일의 서캠프가 '특급' 투수의 진면목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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