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가두고 있던 벽을 깨고 자신의 진가를 과시 중인 이대호(34·시애틀)와 김현수(28·볼티모어)가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기록을 쌓아가는 기세는 거세다.
이대호와 김현수는 최근 팀의 주전 선수로 완전히 자리하며 핵심으로 거듭났다. 시즌 초반 아담 린드와 상대 선발의 유형에 따라 플래툰 멤버로 기용됐던 이대호는 최근 아오키 노리치카가 타격 부진으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틈을 타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4월 한 달 동안 기회조차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김현수는 5월 중순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따냈다. 이제 두 선수 없는 타선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두 선수는 최근에도 좋은 활약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이대호는 6일(이하 한국시간) 시즌 12호 홈런을 때려내는 등 최근 6경기에서 5경기에서나 타점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선발로 나갔다 하면 멀티히트, 최소 멀티출루를 해내는 모습이다. 그런 두 선수는 아메리칸리그 신인 타격 순위에서도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있다. 김현수는 정확도, 이대호는 장타와 타점 능력에서 그렇다.

올 시즌 신인자격을 가진 아메리칸리그 선수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노마 마자라(텍사스)였다. 추신수의 부상으로 MLB에 콜업된 마자라는 6일까지 293타수를 소화하며 타율 2할8푼7리, 출루율 3할3푼4리, 장타율 0.427, OPS(출루율+장타율) 0.761, 11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을 채운 유일한 선수다. 13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 중인 마이클 풀머(디트로이트)와 여전히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된다.
하지만 타격 부문에서는 김현수와 이대호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15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김현수가 3할3푼6리의 타율로 신인 중 1위다. 4할1푼7리의 출루율은 독보적 1위다. 비단 아메리칸리그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까지 MLB 전체로 확대해봐도 김현수는 타율과 출루율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홈런과 타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6일까지 12개의 홈런을 치고 있는 이대호는 박병호(미네소타)와 함께 홈런에서 공동 1위, 37타점은 마자라(36타점)를 제치는 단독 1위다. 이대호는 0.517의 장타율을 기록, 6월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신인인 타일러 내퀸에 이어 2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너무 많이 결장했고 현재 플래툰 시스템상 규정타석 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현 추세로 계속 주전으로 나선다면 시즌 말미에는 규정타석 진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 기세로 타석과 기록을 쌓는다면 시즌 막판 두 선수의 가치가 상당할 수 있다. 두 선수는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에서 아메리칸리그 3위(이대호 1.1), 5위(김현수 0.9)에 올라있다. 1위 풀머(1.6), 타자 1위 내퀸(1.4)과의 격차는 지금까지 받은 기회를 고려할 때 생각보다 크지 않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