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 선수로 시작해 이제 당당히 외야진의 '센터' 자리를 꿰찼다. 마치 올해 초 인기를 모았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F반에서 A반으로 올라와 센터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올 시즌 깜짝 활약을 하고 있는 NC 김준완(25)이 이제는 다이노스의 중견수로 승격됐다. 김준완은 6일 마산 롯데전에서 9번타자로 출장했다. 평소 출장하는 타순의 맨 끝 자리, 그런데 수비 위치가 평소와 달랐다. 중견수였다.
올 시즌 이종욱이 선발 출장하면서 중견수 자리에 이종욱이 아닌 다른 선수가 뛴 경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종욱이 좌익수, 김준완이 중견수 위치에 섰다.

김경문 감독은 7일 롯데전에 앞서 두 선수의 수비 위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앞으로 김준완이 중견수로 출장한다. 이종욱은 좌익수로 포지션을 전환한다.
김준완의 수비 능력과 이종욱의 체력을 고려한 결정이다. 김 감독은 "수비 실력은 김준완이 제일 좋다. 어깨, 송구 등 전체적인 능력에서 외야진에서 넘버 원"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이종욱이 프로에 와서 첫 포지션은 좌익수였다. 이후 성장하면서 중견수가 주포지션이 됐다"며 "나이를 먹으면 어깨나 수비 범위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수비 폭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내년 시즌에 바꾸기보다는 시즌을 치러가면서 바꾸는 것이 적응하기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종욱은 1980년생으로 올해 36세. 두산 시절과 비교하면 조금은 수비 폭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년이면 또 달라진다. 외야진의 세대 교체를 일찌감치 준비하는 것이다.
게다가 김준완이 올 시즌 급성장했다. 지난해 불과 30경기에 출장해 44타수 10안타(0.227)을 기록한 김준완은 올해 김종호의 부상, 김성욱의 부진을 틈타 좌익수 출장이 잦아졌다.
타석에서 끈질김과 집중력이 돋보인다. 타석당 투구수가 4.29개로 많고(1위는 김태균, 최준석, 에반스의 4.4개다), 볼넷을 잘 골라낸다. 타격 정확도도 높아져 타율 0.303(132타수 40안타) 출루율 0.456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만 놓고보면 비록 타석수가 적지만, 테임즈(0.465)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3년 육성선수로 입단한 그는 여전히 한 경기 출장하는 것에 감사하고 큰 욕심없이 출루하는데 신경을 쓴다. 아직 주전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그는 "앞으로 출루와 외야 수비에 계속 신경쓰는 것이 목표"라고 겸손했다.
베테랑 선배 이종욱을 밀어내고 중견수로 나선 느낌은 어떨까. 8일 경기 후 만난 김준완은 "어제 처음으로 이종욱 선배가 좌익수에 서 있으니 어색하더라. 플레이에 조금 자신없는 부분이 있었다"며 "어제 경기 후 코치님, 선배가 외야 주인은 나라며 자신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준완은 고교, 대학 시절 줄곧 중견수로 뛰었다. NC 입단 후 2군에서도 중견수가 주포지션이었다. 낯설지는 않다. 그는 "나 말고 우리 팀에는 칠 타자들이 많다. 나는 공을 많이 보고, 출루에 집중한다"고 다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