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했다. 올 시즌 역대 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배출된 가운데 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대호(34, 시애틀 매리너스)와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벤치 멤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전반기 막판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과 보장 연봉 10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미 성공기를 썼고 더 많은 돈을 받고 일본에서 야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당당히 25인 로스터에 합류했다. 스스로 인정하듯이 대타 요원으로 시작한 메이저리그 무대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하나씩 편견을 깼다.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빠르게 홈런, 타점을 쌓아갔다. 결국 전반기 64경기서 타율 2할8푼8리 12홈런 38타점을 기록했다. 177타수 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12홈런으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박병호와 함께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아오키 노리치카가 트리플A로 가면서 점차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25일부터 13경기에서 타율 3할4리(46타수 14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김현수는 당초 볼티모어 주전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타율 3할2푼6리 출루율 4할3푼8리 28홈런을 기록했고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출루 능력에 주목했다. 테이블세터로서의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17경기서 타율 1할7푼8리(45타수 8안타)에 그쳤다. 구단은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려했지만 김현수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을 행사했다.
불안한 출발이었으나 김현수는 실력으로 메이저리그 잔류의 이유를 증명했다. 적은 기회 속에서도 출전하는 경기에서 꾸준히 안타를 기록했다. 5월 말부터는 주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현수는 우투수를 상대로 주전으로 나섰고 출루 능력을 뽐냈다.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지난 5월 26일부터 전반기 최종전까지 33경기(선발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122타수 39안타) 3홈런 9타점 15득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출루율은 4할3리. 전반기 46경기서 타율 3할2푼9리 출루율 4할1푼 3홈런 11타점 18득점을 기록했다.
이대호와 김현수 모두 이제는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11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이대호는 손 부상으로 인해 휴식을 취했다. 김현수는 한 타석을 소화한 후 우측 햄스트링 통증으로 교체됐다. 마지막 경기가 아쉬웠으나 전반기 동안 두 선수 모두 조연에서 주연으로 우뚝 섰다.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제한된 기회를 받았으나 스스로 가치를 증명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선수 모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대호는 주전으로 도약한 후 “계속 나갈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면서 “지금은 포지션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오른손 통증에도 “참고 할 수 있는 정도니 나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김현수 역시 상승세에도 “타수가 적으니 좋은 활약이라고 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한다. 플래툰을 두고도 “제가 초반에 잘 했다면 이렇게 안 나갔을 것이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다. 더 잘 해야 계속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와 김현수 모두 메이저리그 첫 시즌임에도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냈다. 적은 기회에서 점차 실력으로 기회를 만들어갔고 이제는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자원이 됐다. 성공기를 써가고 있는 이들이 후반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 관심이 모인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