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엉망' 포항구장, KBO 경기 유치 자격있나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07.13 05: 55

12일 포항구장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벌어진 포항구장. 삼성 선발 차우찬은 2회 2사 만루서 손아섭 타석 때 마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심판진에 보수를 요청했다. 
그러자 4심이 모여 도구를 들고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다. 뒤늦게 구장 관리 담당자들이 마운드로 달려왔으나 이들의 손놀림은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보다 못한 차우찬이 글러브를 내려 놓고 직접 삽을 들고 보수 작업에 뛰어 들었다. 한국 프로야구의 열악한 야구 인프라의 현주소다. 
이후 차우찬은 손아섭을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2회 투구를 마쳤다. 추가 실점 위기를 잘 넘겼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상황이었다. 

개장 이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포항야구장은 프로 구단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및 동호회 야구팀까지 사용하다 보니 그라운드 정비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롯데 모 선수는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력에 지장을 받는다"고 아쉬워 했다. 
올해부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삼성은 포항 경기가 결코 반갑지 않다. 프로야구 저변 확대와 지방 야구 인프라 확충이라는 명분 하에 제2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삼성은 포항의 숙박 시설이 열악하다 보니 경주의 모 호텔을 사용한다. 비용, 이동 거리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손해다. 삼성 선수들이 포항 경기를 두고 "홈경기 아닌 홈경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라운드 정비처럼 가장 기본적인 부분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무작정 제2 홈경기를 유치하려는 건 지자체의 이기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제2 홈경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what@osen.co.kr
[사진]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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