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히어로무비] 젊음의 팀 넥센에도 노장은 필요하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7.13 06: 00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의 가장 큰 화두는 '젊음'이었다.
넥센은 올 시즌 등록선수 평균 연령이 25.6세로 10개 구단 중 최저 연령이었다. 지난 겨울에만 송신영을 시작으로 유한준, 손승락, 서동욱, 박병호, 박헌도 등 30세 이상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그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우면서 박주현, 최원태, 김택형, 김하성 등 90년대생 주전이 어느 팀보다도 많다.
특히 비슷한 능력일 수록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수단 운영 특성상 나이 많은 '노장'들에게는 좋은 찬스가 쉽게 오지 않는다. 하지만 노장들의 희생이 없다면 결코 젊은 선수들이 쉽게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어렵다. 지난 12일 수원 kt전은 특히 마정길, 이택근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넥센은 4-3으로 앞선 8회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김상수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그가 1사 만루에서 김연훈에게 우익선상 2타점 2루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팀은 1사 2,3루 위기에서 마정길을 기용했다. 그는 김종민을 2루수 뜬공, 김진곤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바로 9회초 선두타자 이택근이 개인 첫 대타 홈런을 치며 5-5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팀의 7-5 승리로 마정길은 구원승을 거뒀다.
12일 고척 NC전에서도 마정길이 ⅔이닝 1실점, 이정훈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9-7 역전승을 견인했다. 이택근은 올 시즌 대타 타율이 3할7푼5리에 이른다. 홀드나 세이브 상황이 아닌, 주로 빛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는 베테랑 투수들, 그리고 노련미를 타석에서 보여주는 베테랑 타자의 힘이다.
손혁 넥센 투수코치는 "마정길, 오재영이 힘든 상황에 매번 나가면서도 불평 불만 한 마디 없이 열심히 해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낸 바 있다. 12일 3이닝 1실점으로 버텼던 오재영은 "워낙 동생들이 필승조에서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어서 나는 팀 상황에 맞게 나가 던지려고 한다"고 책임감을 밝혔다.
팀이 베테랑을 홀대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현재는 곧 어린 유망주들의 미래다. 베테랑들이 열심히 잘 뛰어줘야 후배들이 보고 배우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넥센에는 스포트라이트가 덜 비추는 곳에서도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이 있다. 대타로 좋은 성적을 내는 이택근은 반대로 그 존재감이 더 빛나기도 한다. 베테랑들의 힘이 끌고 기대주들의 패기가 미는 넥센이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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