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초강수를 뽑아 들었다. 음란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베테랑 야수 김상현(36)에 임의탈퇴라는 초강경 징계를 내렸다. 구단의 자정의지를 보여주는 결단이 될 수도 있지만, 전례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징계라는 점에서 향후 구단의 운신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kt는 13일 김상현의 임의탈퇴 처분을 공식 발표했다. 전날(12일) 전북경찰청은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를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했다고 밝혔고, 언론 취재 결과 이 당사자가 김상현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졌다. 12일 이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된 kt는 밤사이 내부 논의를 거쳐 13일 임의탈퇴 징계를 발표했다.
구단은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손상시키고 구단이미지를 훼손시켰기 때문에 중징계인 임의탈퇴를 결정했다”라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구단이 천명했던 부분을 지키기 위한 아픈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졌던 kt는 선수단 교육을 강화해 왔으며,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원-아웃 제도를 통해 엄중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시각에 따라 논의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안이 폭행과 같이 남에게 물리적으로 피해를 주거나, 음주운전과 같이 심각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 “폭행·음주운전·도박과 같은 범죄보다 죄질이 가볍다”라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음란죄는 경범죄가 아니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생각보다 큰 범죄라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처리된 상황에서 구단도 어떤 식으로든 본보기를 보여야 했다.
어쨌든 kt는 KBO 징계와는 별개로 팀이 뽑아들 수 있는 가장 큰 칼을 뽑아들었다. 김상현은 앞으로 1년간 프로무대에서 뛸 수 없으며, 1년 후에도 소속팀 kt의 동의가 있어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kt는 주축 선수자 FA로 영입한 타자 하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자신들이 천명한 ‘원-아웃 제도’를 지켰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선수들에게 주는 경각심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kt의 사례는 타 구단 또한 추후 비슷한 범죄의 징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장성우, 장시환, 오정복 등 김상현 이전에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들과의 징계와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는 점에서 논란도 존재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불구속 처리된 만큼 징계는 당연한데, kt가 임의탈퇴라는 초강수를 쓸 줄은 몰랐다”라고 놀라워했다. kt는 올해 음주운전을 한 오정복에게 10경기 출전 정지 및 벌금 3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물론 당시 상황이 참작된 것은 있었지만 불과 4개월 사이에 징계 수위가 너무 큰 차이를 보였다.
kt는 이번 징계가 구단의 이미지 개선 및 선수단에 경각심을 불어넣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향후 소속 선수가 어떤 구설수에 오를 경우 김상현 케이스가 오버랩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또한 상황에 따라 김상현 사태 당시의 원칙을 지키기 쉽지 않은 케이스가 올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