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인과(因果)가 있다. 원인이 없다면 결과는 발생할 수가 없다. 또한 원인이 잘못되면 결과도 잘못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프로축구연맹은 인과를 무시하고 있다. 원인은 외면하고 잘못된 결과만 강조하고 있다. 원인이 자신들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14일 지난 10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나온 징계에 대한 감면과 사후 징계를 발표했다. 후반 42분 퇴장을 당했던 최규백의 퇴장 조치는 감면됐고, 후반 50분 경고를 받은 임종은에게는 2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그 상황만 본다면 임종은에 대한 사후 징계는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임종은은 포항 공격수 양동현이 역습으로 만든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저지하다가 반칙을 저질렀다. 경고를 받았지만 퇴장 조치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으로, 결국 프로축구연맹은 임종은의 반칙이 퇴장감이었다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임종은의 반칙 전에 일어난 상황이다. 후반 50분 포항은 역습 과정에서 심동운이 수비라인 사이로 침투하는 양동현에게 패스를 했다. 그런데 심동운의 발에 공이 맞는 순간 양동현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다. 그러나 심판진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았다.
심판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은 탓에 전북은 실점 위기에 처한다. 이 과정에서 양동현을 저지하려던 임종은은 반칙을 저지르게 되고 경고를 받았다. 오프사이드 선언이 발생하지 않아 임종은이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인과관계가 명확하다.
그래서일까. 프로축구연맹은 자신들의 오심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종은에게 내려진 사후 징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동현의 위치가 오프사이드가 아니라면 임종은에게 사후 징계를 내려도 문제가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관계자는 OSEN과 전화통화에서 "경기 평가 회의에서 임종은에게 내려진 경고 처벌이 잘못됐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전에 발생한 상황(온사이드 선언)에 대해서는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고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온사이드라고 주장하는 장면은 TV 중계에 고스란히 잡혔다. 양동현은 심동운의 발에 공이 맞는 순간 수비수들보다 한걸음은 더 골대에 가까웠다.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그럼에도 프로축구연맹은 당시 심판진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종은이 양동현에게 한 반칙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분명 잘못된 행위다. 그러나 임종은에게 잘못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프로축구연맹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해당 장면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임종은을 향한 사후 징계의 신뢰성도 흔들리게 한다. /sportsher@osen.co.kr
[사진] SPOTV 중계화면 캡처 /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