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타율 0.322-14홈런 ‘폭발’
20-20 도전, 수비 기복 줄이면 역전 가능
올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레이스는 김하성(21·넥센)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김하성이 수비에 있어 다른 경쟁자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인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실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격력에서 꽤 격차가 컸다.

전반기가 마무리된 현 시점에서도 김하성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시즌 85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14홈런, 57타점, 15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홈런 하나가 빠져 아쉽게 놓친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무난해 보인다. 실책(16개)이 다소 많긴 하지만 공격과 주루에서 확실히 좋은 생산력을 뽐냈다. OPS(출루율+장타율)가 0.900을 넘기는 유일한 유격수이기도 하다. wRC+ 등 세부 지표를 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김하성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가 있다. 바로 SK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가 그 주인공이다. 4월까지만 해도 고메즈의 ‘골든글러브 도전’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한국무대 적응이 더 급해보였다. 그러나 전반기를 마친 현 시점, 어느덧 고메즈의 공격 기록은 김하성 근처까지 치고 올라왔다. 차이를 보면 골든글러브 가능성도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14일 광주 KIA전에서 홈런포 두 방을 날리며 팀 승리에 크게 공헌한 고메즈는 올 시즌 69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7홈런, 40타점, 11도루로 전반기를 마쳤다. 4월 부상 전까지만 해도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이 어느덧 3할을 바라보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17개의 홈런은 유격수 중에서는 가장 많고, OPS(0.896)도 김하성(0.911)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오히려 홈런 등 최근 임팩트는 김하성보다 못할 것이 없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부상까지 겹쳤지만 5월 이후로는 힘을 내고 있다. 타석에서 인내심이 늘어났고 나쁜 공이나 유인구에 속지 않는다. 힘을 갖췄으니 투수들로서는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고메즈의 5월 이후 성적은 53경기에서 타율 3할2푼2리, 14홈런, 33타점, 9도루, OPS 0.968이다. 최근 출루율이 좋아져 도루 기회도 많아진 만큼 20-20에는 무난히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심에 어필할 수 있는 ‘타이틀’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다.
고메즈 또한 15개의 실책을 기록했고 이는 출전대비로는 가장 많은 실책에 속한다. 수비 안정감은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 잘 하다가도 결정적인 실책으로 경기 주도권이나 승리를 내준 것이 4~5차례는 된다. 하지만 워낙 수비 범위가 넓어 다른 선수들은 그냥 안타가 될 것이 실책으로 기록되는 것도 있음은 고려할 수 있다. 14일 경기처럼 호수비가 쏟아져 나오는 날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자리에서 공격력까지 강한 선수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전반적인 측면에서 고메즈는 시즌 초반의 부진과 실책으로 내준 손실을 만회하고 이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고 볼 수 있다. 신이 난 고메즈가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에서 김하성의 독주를 저지할지 관심이 모인다. 지금 페이스라면 역전도 무리는 아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