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어느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올 시즌에도 베테랑 선수들이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젊은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있다. 베테랑 전성 시대의 선두 주자는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타율 2할9푼(314타수 91안타) 15홈런 67타점 52득점으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 중이다. 무엇보다 이승엽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승엽은 야구장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조금 쉬엄쉬엄 할 만도 한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대구 홈경기가 열릴때면 정오 전후에 야구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한다. "집보다 야구장이 더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금의 모습이 최고의 모습이라면 만족할 수 있겠지만 예전에 너무 좋았기에 만족할 수 없다. 만족을 모르기에 아직까지 야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일찌감치 은퇴 시점을 정해 놓고 그라운드를 뛰는 이승엽에게 만족이란 건 없다.
지난해 개인 통산 400홈런을 돌파한 이승엽은 올 시즌 개인 통산 2000안타 달성이 유력하다. 후반기 49안타를 추가한다면 자신의 은퇴 전 개인 목표를 모두 이루게 된다. 이승엽은 내년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팬들은 이승엽이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하길 바란다. 하지만 한 번 결정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그의 성격상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NC 이호준은 타율 2할9푼8리(248타수 74안타) 13홈런 59타점으로 나성범, 에릭 테임즈, 박석민과 더불어 NC의 중심 타선을 이끌고 있다.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다. 유쾌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팀을 하나로 뭉치게끔 만든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호준은 여전히 계속 뛴다.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역시 프로답다"고 박수를 보냈다.
LG 박용택의 방망이도 뜨겁다. 양상문 감독 체제 이후 세대 교체 열풍이 거세지만 박용택에겐 남의 이야기다. 전반기 타율 3할4푼2리(278타수 95안타) 8홈런 46타점 50득점 5도루로 맹활약 중이다. 박용택 역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투수 가운데 정재훈(두산)의 활약이 가장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으로 복귀한 정재훈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1홀드를 거두며 이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말한다. "나이 때문에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느낌을 주기 싫다"고. 팀내 최고참인 그는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줄 기세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이바지하는 게 유일한 희망사항.
한화 박정진은 올 시즌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4차례 마운드에 올라 3승 3패 3홀드(평균 자책점 5.93)로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 박수받을 만 하다. /what@osen.co.kr
[사진] 이승엽-이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