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8위’ 이대호, 가성비 압도적 최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7.16 05: 50

보장 연봉 100만 달러, 팀 18위 해당
WAR 야수 4위-전체 7위, 내년 전망 ‘화창’
이대호(34·시애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겨울 시장에서 다소 고전한 결과였다. 보장 연봉은 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5인 로스터 합류가 보장되지 않은 터라 신분도 불안했다. 한·일 무대를 평정한 선수에게는 다소간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우였다.

이대호는 그라운드에서 모두의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있다. “실력은 연봉 순이 아니다”는 평범한 진리 또한 각인시키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의 활약으로 25인 로스터에 합류한 이대호는 좋은 활약으로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차근차근 입지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반기 64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0.844, 12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연봉 대비 활약은 으뜸이다.
옵션에 따라 최대 5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는 조건은 있지만 보장 연봉만 따지면 이대호의 올해 연봉은 시애틀의 개막 로스터 합류 선수 중 18번째에 해당한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약 2585만 달러), 로빈슨 카노(2400만 달러), 넬슨 크루스(1425만 달러), 이와쿠마 히사시(약 1097만 달러) 등 1000만 이상을 받는 선수가 4명이다. 이대호의 최대치인 5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총 10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대호는 ‘베이스볼 레퍼런스’이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bWAR)에서 1.1로 야수 4위, 투수를 포함해 전체 7위에 올라있다. 이대호보다 더 뛰어난 WAR을 기록한 선수는 로빈슨 카노(4.6), 카일 시거(3.8), 넬슨 크루스(2.7), 마이크 몽고메리(1.7), 이와쿠마 히사시(1.5), 펠릭스 에르난데스(1.2)다. 이중 이대호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아직 FA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몽고메리(MLB 2년차·51만5000달러)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8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 야수 중에서는 단연 최고 가격대비 성능비다.
반대로 이대호의 경쟁자로 불렸던 아담 린드는 몸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린드는 올해 연봉이 800만 달러로 팀 내 공동 5위다. 그러나 WAR은 -0.4로, 팀 야수 중 최하위 성적이다. 아오키 노리치카도 올해 5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지만 역시 WAR은 마이너스(-0.2)로 부진한 끝에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이대호의 가치가 더 화려하게 빛날 수 있는 대목이다.
FA 선수들의 계약 때 참고자료가 되기도 하는 WAR은 보통 WAR 1당 600~8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FA 계약의 전례를 역산했을 때 이 정도 금액이 나온다는 논리다. 이제 막 주전으로 자리 잡아 앞으로 타석수가 늘어날 이대호는 전반기 정도의 활약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높은 WAR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올해 후 계약에도 유리한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많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초대박을 터뜨리기는 어렵겠지만, 이대호를 둘러싼 세 가지 의문(타격·수비·주루)이 모두 해결된 만큼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 테이블을 주도할 수도 있다. 이대호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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