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지난해 후반기 불펜 붕괴로 추락
전반기 피로도 높은 불펜, 올해는 과연
한화 불펜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과연 후반기에도 전반기 위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가 전반기 한 때 승패 마진 -20의 늪에서 헤어나 -10까지 줄일 수 있었던 데에는 불펜의 힘이 가장 컸다. 전반기 마지막 38경기에서 23승13패2무로 승률 2위(.639)에 오른 한화는 이 기간 팀 평균자책점도 2위(4.51)였다. 특히 구원 평균자책점은 3.66으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23승 중 16승이 구원승이었고, 13홀드 9세이브를 곁들였다. 지난해에도 이에 못지않은 불펜야구로 버틴 한화였지만 후반기 한계에 부딪쳤다. 올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1년 전 불펜 과부하의 교훈
지난해에도 한화도 전반기에 불펜의 힘으로 먹고 살았다. 전반기 83경기에서 불펜이 리그 최다 367⅓이닝을 소화하며 21승16패22세이브34홀드를 합작했다. 구원 평균자책점은 리그 4위(4.36)였는데 선발(382이닝)과 맞먹는 투구 이닝을 생각하면 아주 빼어난 수치였다. 리그 최다 27번의 역전승도 불펜이 버텨준 힘이 컸다.
전반기를 44승40패 승률 5할2푼4리 5위로 마친 한화는 그러나 후반기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구원 평균자책점 10위(5.87)로 급추락했고, 리그 최다 18번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구원승(7승)보다 구원패(13패)가 두 배 가까이 많을 만큼 경기 후반 힘이 달렸다. 후반기 성적은 24승36패 승률 4할로 최하위였고, 최종 순위 6위로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주요 불펜투수들의 전후반기 성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리그 최다 78경기 112이닝을 던진 권혁은 평균자책점(4.01→7.07) 피안타율(.266→.310) 9이닝당 볼넷(4.01개→4.79개) 승계주자 실점률(14.8%→41.2%) 모두 크게 뛰었다. 선발 10경기 이상 투수 중 최초로 구원 50경기 이상 등판한 송창식도 평균자책점이 5.56에서 7.80으로 급상승했고, 피안타율(.248→.350) 9이닝당 볼넷(4.21개→6.96개)이 몰라보게 치솟았다.
불혹의 나이에 76경기 96이닝을 소화한 박정진도 평균자책점은 전반기 3.06에서 후반기 3.20으로 비교적 소폭 상승했지만 9월10일이 마지막 경기였다. 뒤늦게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아웃이 알려졌다. 3개월간 40경기 50⅔이닝을 던진 윤규진도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2.50에서 후반기 3.27로 뛰었고, 8월14일을 끝으로 어깨 통증 탓에 시즌을 마무리했다. 주축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부진에 시달리자 대체할 투수 없이 무너졌다.

▲ 마운드 운용 변화 가능할까
올해 전반기 한화 불펜은 지난해보다 더 고생했다. 전반기 81경기에서 리그 최다 417이닝을 던졌다. 선발(312⅓이닝)보다 월등히 많은 이닝으로 전반기 경기 수는 3경기 적은데 지난해 전반기보다 구원 이닝이 49⅔이닝을 더 던졌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에 토종 투수들까지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졌고, 그 결과 불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다. 김성근 감독도 "전반기에는 불펜이 많이 던지며 열심히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권혁(75이닝)·송창식(59⅓이닝)·정우람(51이닝)이 나란히 순수 구원이닝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장민재(46⅓이닝)와 박정진(43이닝)도 각각 6위·11위에 랭크돼 있다. 장민재는 선발 6경기 27이닝을 포함하면 73⅓이닝을 소화했다. 이닝뿐만 아니라 연투 횟수도 압도적으로 많다. 2연투가 60번, 3연투가 9번, 4연투가 4번으로 총 연투가 73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박정진(14번)·송창식(12번)이 연투 전체 1~2위에 올랐다.
전반기 막판 권혁과 정우람이 불안한 조짐을 보인 게 불안 요소. 권혁은 7월 6경기 평균자책점 7.56으로 흔들렸고, 정우람도 지난 9일 대전 삼성전에서 시즌 6번째 블론세이브를 범한 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전반기 마지막 4경기를 몸도 풀지 않고 쉬었다. 롱릴리프 1~2순위 송창식과 장민재가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최고참 박정진이 침체에서 벗어나 살아났지만 지금처럼 불펜 비중이 높은 마운드 운용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교훈을 떠올리면 후반기에는 전반기와 다른 마운드 운용이 절실하다. 파비오 카스티요에 에릭 서캠프가 가세하면서 선발진이 구색을 갖춘 게 희망적이다. 다만 지난해에도 외국인 원투펀치 에스밀 로저스와 미치 탈보트가 후반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불펜 과부하를 막지 못했다. 토종 선발들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은범·윤규진·이태양 그리고 2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안영명·배영수의 복귀가 관건이다. 김 감독도 "선발투수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싸울 수 있는 태세가 만들어졌다"며 후반기에는 선발에 무게를 둔 마운드 운용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