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점을 해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권순태(32, 전북 현대)가 또 전북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했다. 권순태는 지난 16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엄청난 선방쇼를 펼쳤다. 권순태의 활약 속에 전북은 제주의 추격을 뿌리치고 2-1로 승리했다.
승리는 했지만 쉽지 않았다. 수비수 박원재와 임종은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면서 수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평소 호흡을 맞추던 선수들이 빠지면서 전북은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오는 제주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제주가 경기를 주도한 만큼 전북의 골대는 바빠졌다. 그러나 골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권순태의 선방 때문이다. 가장 돋보인 것은 전반 23분. 권순태는 역습 과정에서 마르셀로에게 내준 첫 슈팅, 이어진 문상윤의 두 번째 슈팅을 모두 쳐내면서 골문을 지켜냈다.
권순태는 "올 시즌 우리 팀이 전반 초반은 물론 경기 막판에 실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를 상대로도 그럴 것 같았다. 게다가 제주는 홈경기였다. 공격적으로 나올 것을 알아서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무패를 달리고 있는 전북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매 경기 실점을 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최소 실점 1위의 전북이지만 무실점 경기는 4경기밖에 안 된다. 실점이 계속되면 기록이 누적되는 만큼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에게는 좋지 않다.
권순태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수 없이 많은 골을 허용했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이 골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골을 허용하는 게 직업이고 운명인 것 같다"며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져 골을 내줄 때가 있다. 집중력을 잘 컨트롤해서 실점을 줄여가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권순태의 활약은 단순히 1승을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았다. 가라 앉았던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효과도 가져왔다. 전북은 3일 전에 열렸던 FA컵 8강전에서 몇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부천 FC에 패배했다. 권순태가 "FA컵에서의 패배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화가 나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승패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의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자책한 권순태는 "제주전에는 경고 누적으로 수비수들이 많이 빠졌다. 그런 상황에서 (대신 들어온) (조)성환이형과 (이)주용이가 자기 역할을 잘해서 반등의 계기를 만든 것 같다"며 분위기 반전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분위기는 바꿨지만 전북의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제주전을 끝으로 주전 수비수 최규백이 올림픽 대표팀으로 떠났고, 또 다른 수비수 임종은은 사후 징계로 인해 FC 서울전과 울산 현대전에 나오지 못한다. 서울과 울산은 선두 전북을 추격하는 2위 그룹으로, 우승을 다툴 강적들이다.
그러나 권순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체 연습경기에서 A팀과 B팀으로 나눠도 우리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면서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의 집중력은 더 높아진다. 그리고 이제는 실점을 해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공격수들이 골을 잘 넣고 있는 만큼 나는 물론 수비수들도 준비를 잘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