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선발진 불펜진 하위타선 집단붕괴...12승 23패로 급추락
허프·우규민·김지용·이병규(7번) 활약해야 후반기 상승 가능
LG 트윈스가 19일 넥센과 원정 3연전을 시작으로 후반기에 돌입한다. LG는 5월까지 22승 22패 1무, 5할 승률을 사수하며 선전했으나, 6월부터 12승 23패로 급격히 추락했다. 투타 엇박자가 반복됐고, 수비와 주루에서 실책까지 나오며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대역전패를 당하며 선수단 전체가 충격에 빠진 게 컸다. 6월 7일 삼성전 8회 8실점을 시작으로, 6월 14일 NC전 9회 8실점, 6월 19일 KIA전 6회 5실점, 6월 25일 넥센전에선 8회 5실점으로 경기를 내줬다. 악몽은 7월에도 반복됐다. 7월 2일 SK전에선 정의윤과 최승준에게 9회 백투백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고, 이후 9경기 중 6경기서 7실점 이상, 완전히 마운드가 무너졌다.
이렇게 한 달 반 동안 전형적인 하위권 팀의 모습을 보였으나, 그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와 3.5경기 차이. 64경기나 남은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후반기 LG의 운명을 쥐고 있는 선수 4명을 조명했다.
▲ 데이비드 허프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이야기가 있다. 외국인투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허프가 이에 해당된다. 수년 전부터 LG를 비롯한 대다수의 한국과 일본 구단들이 허프를 영입리스트에 올릴 정도로 허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안정된 제구력을 지닌 투수를 원하지 않는 팀은 없다. 결국 LG가 지난 9일 스캇 코프랜드를 방출하고 허프를 영입, 그토록 고대했던 수준급 좌투수를 선발진에 추가했다.
LG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허프가 바로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허프 영입으로 LG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좌우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타자가 가장 치기 힘든 공은 빠른공이다. LG는 허프가 지난해 로저스와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를 바라고 있다.
▲ 우규민
누구도 우규민이 이렇게 고전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3년 동안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투수였던 우규민은 올 시즌 15경기 82⅓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 중이다. 4월 26일 대구 삼성전 완봉승 이후 급격히 무너졌고, 5월에는 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엔트리서 제외되고 말았다.
그나마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 호투다. 우규민은 지난 10일 롯데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완봉승 이후 두 번째 선발승을 올렸다. 이날 투구가 반등의 시작점이 돼야 LG 선발진도 안정을 찾을 것이다.
▲ 김지용
전원필승조, 철벽불펜 같은 단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LG 불펜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5.04로 이 부문 리그 5위에 자리하고 있다. 6월부터 치른 35경기에선 평균자책점 5.40, 블론세이브는 6개에 달한다. 임정우는 험난한 마무리투수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고, 그동안 필승조로 나섰던 이동현과 윤지웅도 고전하고 있다. 신승현과 진해수가 고군분투하지만, 이대로는 역부족이다.
불펜진을 구원할 누군가가 절실한 상황. 최근 투구내용만 놓고 보면 김지용이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김지용은 6월부터 12경기 19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29를 찍고 있다. 볼넷 2개를 허용하는 동안 탈삼진 18개를 올리며 상대 타자를 압도 중이다. 체구가 크지는 않지만, 묵직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1군 타자들에게 통하고 있다.
▲ 이병규
올 시즌 LG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상위타선이다. 1번 타자 박용택, 정성훈·히메네스·채은성으로 구성된 클린업은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하위타선이다. 당초 4번 타자로 내정됐던 이병규가 하위타선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후반기 득점력 향상도 이뤄지기 힘들다.
이병규의 가장 큰 문제는 장타력 실종이다. 5월 17일 kt전 이후 약 두 달 동안 홈런이 없다. 2루타도 8개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장타율 0.400으로 개인통산 0.446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아프지만 않으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낼 것 같았으나, 지금까지는 지난해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양상문 감독은 2014년 이병규를 중심타선에 배치했고, 이병규는 팀 내 최다홈런과 최다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개막전부터 부상으로 이탈하더니, 7월말에 다시 부상당하며 시즌아웃됐다. 일단 양 감독은 올해 이병규를 엔트리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 꾸준히 경기에 출장시키며 스스로 슬럼프에서 탈출하기를 바라는 모습이다. 이병규가 후반기 반등하지 못한다면, 양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병규 기용에 실패하게 될 것이다.
한편 LG는 지난 17일과 18일 이천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후반기에 앞서 선수단 전체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합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