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게 전반기는 악몽과도 같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박석민(NC), 야마이코 나바로(지바 롯데), 임창용(KIA)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전반기를 9위로 마감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잇따른 부상 속에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아쉬운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한숨을 내뱉은 뒤 "타격은 좋았다가 나빴다가 할 수 있지만 투수진이 무너지니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발진 가운데 장원삼이 좋지 못했고 윤성환도 초반보다 구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중간 투수들이 점수를 많이 줬다. 안지만도 예년만 못하다"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5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은 장원삼은 올 시즌 13차례 마운드에 올랐으나 2승 7패에 머물렀다. 평균 자책점은 7.59로 높았고 퀄리티 스타트는 4차례에 불과했다. 장원삼은 승모근 미세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 다음주에 1군 복귀가 가능하다. 컨디션 회복 뿐만 아니라 구위 재조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장원삼이 후반기 키플레이어"라고 표현했다. 장원삼이 예년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선발진이 더욱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6년 연속 10승 고지 등극은 사실상 물건너갔지만 장원삼의 이름 석 자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친다면 삼성의 후반기 대반격은 어렵지 않을 듯.
다승왕 출신 윤성환은 팀내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8승)를 쌓았다. 4월 4승 1패(평균 자책점 3.34), 5월 3승(평균 자책점 3.71)을 거두며 승승장구했으나 6월 3패(평균 자책점 5.03), 7월 1승 1패(평균 자책점 6.17)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팀내 선발진 가운데 가장 믿을만한 윤성환이 흔들리니 마운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이스로서 믿음을 되찾아야 한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꼽히는 안지만의 전반기 성적은 초라하다. 31차례 마운드에 올랐으나 2승 5패 5세이브 5홀드(평균 자책점 5.79)에 머물렀다. 올 시즌 임창용 대신 소방수 중책을 맡았으나 구위 저하로 제 자리로 돌아왔다. 위기 상황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던 안지만은 최근 들어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벤치에서 가장 신뢰했던 필승 카드가 흔들리니 계투진 운용에 빨간 불이 켜질 수 밖에.
장원삼, 윤성환, 안지만 등 투수 FA 3인방이 전반기의 부진을 떨쳐내고 후반기 들어 예년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삼성의 가을 잔치 참가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what@osen.co.kr
[사진] 장원삼-윤성환-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