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최우선, 좌완 최초 대기록 쓴 ‘장원준의 생각’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7.20 05: 53

승리보다 이닝 우선, 10년 연속 100이닝도 눈앞
부상 없는 꾸준함, 투구 수 관리가 이닝 소화 비결
 원하는 것은 승리. 하지만 최우선은 역시 이닝이다. 선발의 소임을 다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고 있는 장원준(31, 두산 베어스)이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그가 쓰는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장원준은 지난 19일 잠실 삼성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하며 10승(3패)째를 챙겼다. 롯데 시절이던 지난 2008년 12승(10패)을 시작으로 매년(이하 경찰청에서 뛴 기간 제외)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그는 KBO리그 좌완으로는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에 성공했다. 통산 210승의 송진우,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까지 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던 류현진 등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좌완으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이 부문 최고 기록은 해태 시절 이강철(현 넥센 수석코치)이 세운 10년(1989~1998)이다. 장원준은 “이강철 코치님의 기록을 깨고 싶다. 선수생활은 40살 까지는 하고 싶다”며 오래도록 마운드를 지키며 리그 역사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승수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대신 선발투수의 1차 목표인 이닝 쌓기에 집중한다. 승리와 이닝 중 무엇에 더 신경을 쓰고 있냐는 물음에 그는 “선발은 역시 이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고 있더라도) 따라갈 여지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닝에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꾸준하게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건 장원준이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기도 전부터 자주 해오던 일이다. 그는 2005년부터 매년 최소 100이닝을 넘겼다. 올해 아웃카운트를 4개만 더 잡으면 10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된다. 이미 통산 1594⅓이닝으로 그는 2000이닝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2000이닝 넘게 던진 투수는 KBO리그 역사상 단 5명(송진우, 정민철, 이강철, 김원형, 한용덕)에 불과하다.
선발투수가 마운드에서 꾸준히 오래 버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부상이 없어야 하고, 투구 수 관리도 필요하다. 장원준은 이 두 가지를 갖췄다. 우선 건강하다. 지난해 그는 팔꿈치 통증으로 잠시 엔트리에서 빠졌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아픈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2010년에 허리 통증이 있었을 때 말고는 없었다. 그때 엔트리에서는 빠졌지만 1군과 동행하면서 치료를 받았고, 12승을 했다”고 말을 이었다.
올해 많은 공을 던지고 있지만 체력적인 문제도 없다. “120개 가까이 연속으로 던졌을 때만 조금 힘들었다. 밸런스가 괜찮아서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 장원준의 설명이다. 그는 5월 31일부터 6월 18일까지 4차례 등판해 483구(평균 120.75구)를 던진 바 있다.
‘1회 징크스’가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기 초반 어려움을 많이 겪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 역시 긴 이닝을 던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이에 대해 장원준은 “원래 1회에 안 맞으려고 했는데, 올해는 맞더라도 1, 2구에 맞자는 생각이다”라고 달라진 점을 꼽았다. 그의 말대로 출루를 허용하더라도 한 타자 한 타자를 상대로 투구 수를 줄이면 한정된 공으로 최대한 많은 타자를 상대하게 되어 이닝이 늘어날 수 있다.
건강과 투구 수 관리라는 선발투수의 두 가지 덕목을 갖춘 장원준은 추구하는 가치도 자신의 장점과 부합한다. 이닝을 챙기면 승리는 따라온다. 이강철 코치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는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물론 그가 남긴 2204⅔이닝을 뛰어넘겠다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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