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는 어디서든 인정을 받는 법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선수 저스틴 맥스웰(33)은 지난 19일 사직 KIA전을 통해 한국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에서 맥스웰은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은 물론, 타석에서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4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다. 무난했다.

맥스웰은 한국 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일단 인성적으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젠틀하다는 것이 구단 안팎의 공통적인 평이다. 경기 내적으로 특출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단 낯선 환경에서 얼마나 적응을 하느냐가 현재 KBO리그 외인의 트렌드다. 롯데 역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했고 맥스웰은 이 조건에 부합하는 외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거에 대한 자존심도 강할 수밖에 없다. 맥스웰은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러본 선수다. 지난 201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124경기 타율 2할2푼9리(315타수 72안타) 18홈런 53타점의 성적을 남긴 바 있다. 사실상 휴스턴의 레귤러 멤버였다. 지난해 역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100경기에서 7홈런 26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메이저리그에 가까이 있던 선수였다.
자존심을 내세울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맥스웰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자존심은 버려둔 채 한국에서 적응하기 위해 모든 부분을 맞춰가고 있다. 한국에서 생활한 경력이 있는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팅 코치의 도움으로 한국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현재 맥스웰은 간단한 한국말도 구사한다. 기자와 인터뷰가 끝난 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의 인사말은 물론, "형님"이라는 단어까지 습득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맥스웰의 태도에 대해선 흡족함을 보이고 있다. 일단 맥스웰은 팀 합류 이후 훈련 당시 통역을 대동해 장종훈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웃음꽃이 피어날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이에 대해서 맥스웰에 묻자 "장종훈 코치가 한국 리그에서 홈런을 많이 쳤던 '레전드'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장종훈 코치가 조언하는 부분은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장종훈 코치를 예우한 것.
장종훈 코치는 현역 시절 '연습생' 신분으로 시작해 홈런왕은 물론, 스타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92년 빙그레 소속으로 41홈런을 때려내 한동안 깨지기 힘들었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보유하고 있었다. 통산 340개의 홈런으로 역대 홈런 순위 3위에 올라 있는 전설의 거포가 장종훈 코치다. 맥스웰 역시 장 코치의 대단한 기록을 인지하고 한국무대 적응에 의욕을 높였다.
장종훈 코치는 "사도스키 코치나 주위에서 누가 나의 기록에 대한 얘기를 해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훈련 자세에 대한 진지함만큼은 인정했다. 장 코치는 "아직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을 내리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외국인 선수라고 자존심을 부리거나 하지 않는다. 변화구를 구사하는 한국 투수들의 습성을 알려줬고, 이에 대해서 맥스웰도 고집부리지 않고 거부감 없이 조언을 듣고 있다"며 성숙한 자세를 칭찬했다.
맥스웰은 팀의 성적을 위한, '용병'의 자격으로 한국땅을 밟았다. 그러나 팀의 일원으로서, '외국인 선수'라는 지위를 획득하게 위해 적응력을 과시하고 있다. 조원우 감독은 "첫 10경기를 지켜봐야 한다"며 맥스웰에 적응기가 필요함을 암시했다. 하지만 맥스웰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