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로운 해결사...올 시즌 103타점 페이스
2009년 육성선수 입단...시작은 초라했으나 세대교체 중심
LG 트윈스 리빌딩의 주인공은 채은성(26)이다. 이제 채은성 없는 LG 중심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7년 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육성선수가 인생역전을 이뤘다.

채은성은 올 시즌 79경기 281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2푼8리 8홈런 58타점 OPS 0.858을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에서 히메네스에 이은 팀 내 2위, OPS는 히메네스와 박용택 다음인 3위에 자리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박용택 정성훈 이병규 이진영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LG 상위타선에 드디어 20대 젊은 피가 합류했다.
채은성의 활약은 타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한 어깨를 동반한 외야수비로 보살 7개를 기록, 매 경기 상대 주자를 묶는다. 수비범위도 일취월장 중이며 주루플레이에도 적극적이다. 도루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빈틈을 노리며 ‘뛰는 야구’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3, 4년 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채은성이 뛸 수 있는 곳은 퓨처스리그와 3군 연습경기 뿐이었다. 많은 프로선수들이 상무나 경찰청에서 군복무 중에도 야구를 하지만, 채은성에게는 다른 세상이었다. 2010년 현역으로 입대했고, 군복무를 마친 2012년 겨울에는 구리에서 포수 장비를 차고 진땀을 흘렸다. 마땅한 포지션이 없었기 때문에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야 했다.
등록선수 명단에 이름이 오르고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한 게 2014년 5월. 군 전역 후 불과 일 년 반 만에 꿈에 그리던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섰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누구보다 절실했기에 가능했다. 당시 채은성은 “끈질긴 타자가 되고 싶다. 어느 투수와 상대해도 쉽게 물러나지 않는 타자, 출루를 잘 하는 타자가 되는 게 목표다. 꾸준히 살아나가서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1군 무대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고, 내부경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타격 폼을 수정하고 더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양상문 감독은 작년 마무리캠프를 회상하며 “당시 젊은 선수들의 훈련양이 굉장히 많았다. 보통 타자들은 하루에 3, 4박스(한 박스에 공 180개에서 200개 사이)를 쳤다. 그런데 은성이가 어느 날 자기는 7박스씩 치겠다고 하더라. ‘정말 칠 수 있을까?’ 싶어서 은성이에게 매일 7박스를 치면 내년 1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겠다고 했다. 근데 진짜 7박스를 쳤다. 사실 은성이는 이전부터 스프링캠프에 데려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웃었다.
맹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목표도 뚜렷해졌다. 단순히 살아나는 것보다는 직접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채은성은 “지난해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작년에 타석에서 아무 것도 못해보고 죽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럴 바에는 헛스윙이라도 하고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수라도 해야 이를 돌아보면서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며 “올해는 초구든 볼카운트 스리볼이든, 노리는 공이 오면 자신 있게 휘두르고 있다. 코치님들도 꾸준히 자신감을 심어주신다. 타격은 공격이니까 수비적으로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채은성은 “타율이나 안타 등 여러 가지 기록이 있지만 타점이 가장 팀에 도움이 되는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타점에 대한 욕심이 있다. 이제는 주자가 있는 찬스 상황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타점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금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채은성은 103타점으로 올 시즌을 마치게 된다. LG 구단 역사상 2명(2009 페타지니 100타점, 2010 조인성 107타점) 밖에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응시하고 있다. 더불어 채은성은 지난해까지 주전 우익수로 자리했던 이진영보다도 많은 타점을 올린다. 이진영이 LG 시절 기록한 한 시즌 최다타점은 2009시즌 69타점이다.
LG는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앞서, 이진영을 40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모두가 LG의 결정에 물음표를 던졌으나, 양상문 감독은 외야진 세대교체를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채은성을 비롯해 이천웅, 안익훈, 문선재 등이 스프링캠프부터 무한경쟁에 임했고, 채은성이 경쟁을 뚫고 올라섰다. LG는 21세기 박용택과 오지환 외에는 야수진 내부육성에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내 진흙 속에서 채은성이란 장미가 피어났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