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골키퍼를 키우는 것이 나의 일".
'전설' 김병지가 19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김병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동안 고마웠다. 현재 내가 가져가는 행복의 크기는 마음에 있는 것이라서 많이 깊고 크다. 이에 나를 기억하는 모든 분께 거듭 감사드린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 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은퇴!! 맞다! 이제 은퇴한다! 이미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 수술을 하면서부터였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렀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 보다 더 발전해 보자!"라는 글을 올렸다.
'꽁지머리', '골 넣는 골키퍼' 등 한국 축구에서 쉽게 받아 들이지 못했던 트렌드를 만들어 낸 김병지는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총 24시즌을 뛰었다. 서울, 경남, 전남을 통해 K리그 최다인 706경기에 출전한 그는 228경기 무실점 기록을 갖고 있다.

단순히 그는 오랜시간 선수생활을 한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시즌 동안 전 경기 풀타임 활약을 선보였다. 경기력, 체력 그리고 부상도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축구 선수들의 본보기였다. 20년 동안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그동안 먹은 술의 양이 맥주 한 병을 넘지 않을 정도. 지독할 정도의 몸관리는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선수들의 표상이었다.
지난해 전남에서 27경기에 출전해 30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챙겼지만 재계약에 실패했다. 결국 오는 28일까지 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팀을 찾지 못한 김병지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은퇴 선언 후 OSEN과 통화에서 김병지는 밝은 목소리였다. 앞으로 더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목소리였다.
김병지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모든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나를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선수로 은퇴했지만 앞으로 더 갈 길이 많다. 무엇을 해야할지 많이 고민했고 준비한 것을 이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지는 그동안 자신의 좌우명으로 '내 뒤에 공은 없다'라고 말해왔다. 어느 곳에서도 골키퍼로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그가 새롭게 세운 목표는 체계적인 골키퍼 훈련을 시키는 것.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라고 강조했다.

김병지는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싶다.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골키퍼 클리닉은 내가 해야 할 숙명이다. 기술적, 체력적인 조언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조언도 해주고 싶다. 골키퍼를 키우는 것이 나의 일이다. 내가 배우고 살아왔던 인생을 많은 이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