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의 진화, 2012년보다 대담∙정교해졌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7.22 06: 30

2012년 1회 볼넷 → 2016년 대량 실점 시도
선수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 제안하는 대담함
 충격이다. 2016년 터진 승부조작은 4년 전 2012년 승부조작보다 더 대담해졌고, 더 정교해졌다. 단순히 볼넷 하나에 그치지 않고, 실점으로 승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창원지검은 21일 브로커에게 2000만 원을 받고 고의 볼넷 등 승부조작에 가담한 NC 투수 이태양(23)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중간에서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군체육부대 소속 문우람(24)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창원지검 특수부 김경수 부장검사는 "과거 승부조작과는 달리 선수가 먼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었다. 또 1회 실점, 4이닝 오버 등 다양한 승부조작 방법이 나왔다"고 밝혔다.
4년전, 박현준과 김성현의 승부조작 때는 평소 선수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던 브로커가 투수에게 승부조작을 청탁해서 이뤄졌다. 친한 선배로서 일정 기간 술과 선물 등 향응을 제공하다 승부조작를 부탁하자, 선수들이 죄의식 없이 거부하지 못해 일어났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2014년 11월경 브로커 조씨와 문우람이 처음 만났다. 브로커와 문우람은 친하고, 브로커와 이태양은 별로 친분 관계가 없었다. 이후 6개월여 브로커는 스폰서 노릇을 하며 향흥을 제공했다. 그리고 2015년 5월 브로커와 이태양, 문우람 3자가 모여서 승부조작을 모의했다고 한다.
창원지검은 문우람이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먼저 제안했다고 파악했다. 친분 관계를 이어가던 두 사람은 브로커가 선수에게 제의한 것이 아니라, 선수가 브로커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 것이다.4년전, 박현준과 김성현의 승부조작 때는 '1회 첫 볼넷'이 주된 방법이었다. 투수가 1회 첫 볼넷을 허용하느냐에 불법토토 베팅을 걸고, 브로커가 두 투수에게 1회 볼넷을 허용하도록 청탁했다.
그러나 이번 이태양의 승부조작에는 1회 볼넷 외에도 1회 실점, 4이닝 오버(4이닝까지 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 등 방법이 더 세밀화됐다. 실점으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태양은 4차례 승부조작를 시도했다. 최초 시도(2015년 5월 29일 KIA전)에서 '1회 실점'을 성공했고, 이후 2015년 7월 31일 넥센전에서는 '4이닝 오버'(4이닝까지 양팀 득점 합계 6점 이상)를 시도했다가 실패(4이닝 1실점)했다. 이후 두 차례 '1회 볼넷'을 청탁받고는 1번(2015년 8월 6일 롯데전)만 성공했다. 총 4차례 시도에서 절반인 2번을 성공한 것.   
창원지검에 따르면 첫 시도(1회 실점)에서 불법토토방을 운영하는 전주는 1억원을 베팅해 1억원의 이익을 냈다. 수익금 중 2000만원을 이태양에게, 1000만원 상당의 시계와 의류를 문우람에게 제공했다. 4년전 박현준과 김성현에게 건넨 500만원, 700만원보다 선수들을 유혹하는 단위가 커졌다.
정교한 베팅인 '4이닝 오버'도 등장했다. 전주는 2억원을 베팅했다가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실패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다.
KBO는 2012년 승부조작 사태가 밝혀지자, 영구제명을 하는 등 재발 방지에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선수가 먼저 승부조작을 제안하고, 대량 실점까지 시도했다. KBO의 일벌백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대담해졌다. /orange@osen.co.kr
[사진] 창원=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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