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브로커, 지난해부터 2군 경기장 출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선 퓨처스리그 경기도 배팅 대상
진정한 위험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다. KBO리그가 4년 만에 다시 승부조작 악령에 빠진 가운데, 2군 경기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김경수)는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총 4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전했다. 전NC 투수 이태양이 브로커 A와 결탁, 1회 고의볼넷 등의 행위로 승부를 조작했고, 4경기 중 2경기서 승부조작에 성공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고액의 금품을 이태양과 문우람, 브로커 A에게 전했다. 창원지검은 이들 4명을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한 상태다. 상무서 군복무 중인 문우람은 군검찰로 이첩됐다.
사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위험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4년 전 박현준·김성현 사건 당시 브로커들이 2군 경기장에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12년 4월 18일 대구지검은 박현준·김성현 사건의 핵심 브로커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모두 출소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2군 선수는 “경기가 있을 때마다 수상한 사람들이 선수들에게 접근하려 했다. 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알고 보니 예전에 승부조작 브로커를 했다고 하더라. 즉시 구단에 알렸다”고 했다. 수도권 A구단의 고위관계자 역시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2군 선수들과 직원들에게 각별히 주의를 시켰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선 퓨처스리그 경기도 대상이 된다. 전경기가 생중계되지는 않지만, KBO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부터는 문자중계도 이뤄지고 있고, 몇몇 구단은 인터넷에서 경기를 생중계하기도 한다. 1군 경기에 비해 주목도가 확연히 적은 만큼, 브로커들이 활개를 칠 확률은 높다. 무엇보다 2군에는 기본 연봉만 받는 어린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이태양 사건의 경우, 불법사이트 운영자가 이태양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2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보통 고등학교나 대학교 시절 선배나 동기 등을 통해 승부조작 제의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브로커와 선수의 지인이 결탁하는 것이다”며 “대다수가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모두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KBO는 지난 21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리그 차원의 확고한 대책을 수립하고 불법 스포츠 베팅사이트의 근절을 위해 정부당국, 프로스포츠 협회, 각 연맹과 더욱 긴밀하게 협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KBO 의도대로 승부조작을 뿌리 뽑기 위해선 불법 사이트에 대한 엄격한 단속은 물론, 1·2군 통합 신고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