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넥센의 고종욱을 생각하면 '일단 열심히 뛰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고종욱은 지난해 타율 3할1푼을 기록했는데 네 타석이 모자라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3할을 인정받지 못했다. 서건창의 부상으로 빈 자리를 잘 채우며 톱타자로서의 가능성도 보였지만 기본적으로 선구안, 주루에 대한 순발력과 센스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올해는 그가 달라졌다. 고종욱은 올 시즌 83경기에 나와 321타수 114안타(7홈런)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 중이다. 고종욱은 지난 21일 고척 LG전에서 2안타를 기록하면서 이용규(한화)를 7모 차로 제치고 지난 12일에 이어 시즌 2번째로 리그 타율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다안타는 공동 2위.

고종욱은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3도루를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도루 공동 4위로 치고 오르기도 했다. 고종욱은 4-4로 맞선 8회 스타트에서 미끄러지면서도 넉넉하게 2루에 안착하며 예전과는 한층 달라진 주루 센스를 보여줬다. 이날 그의 2루 도루로 팀은 고의사구 2개를 얻어낸 끝에 7-4 승리를 거뒀다.
고종욱은 손목힘부터 시작해 하드웨어가 출중한 선수다. 웬만한 부상도 잘 당하지 않아 '금강불괴'라고 불릴 정도. 그 몸을 따라주지 않는 '야구 DNA'로 인해 고생했던 그는 지난해 어느 정도 성장을 거쳐 올해를 자신의 전성기로 만들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고종욱은 시즌 198안타도 달성할 수 있다.
지난해도 7월 이후 오히려 더 타율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 역시 7월 타율이 14경기 4할5푼8리로 더 높아 시즌 200안타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다. 그는 21일 경기 후 "솔직히 기록에 대한 욕심도 나긴 하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잘 치르고 나면 좋은 기록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리그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가운데 볼넷이 가장 적었던 그는 어느새 최소 4위로 선구안에서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월 들어서는 삼진(9개)과 사사구(7개)의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번 타자로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고종욱이 올 시즌 '미생'을 넘어 '완생'의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