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에서 보이는 '불운의' 지표들
‘홈런 24개’ 반등 여지 남아있다
올 시즌 SK 간판타자 최정(29)의 성적은 약간 이상한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패턴이 아니다. 홈런과 삼진이 동시에 늘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이다. 그런데 볼넷도 같이 늘었다. 타율은 큰 폭으로 떨어지는 와중에서도 출루율과 장타율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삼진·볼넷·홈런이 동시에 늘어나는 것은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 중에서도 극소수가 보여주는 패턴이다. 대개 삼진과 볼넷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정은 올해 0.29개의 타수당 삼진을 기록 중인가 하면, 또 56개의 볼넷을 골랐다. 최정의 한 시즌 최다 삼진 및 볼넷 기록은 2013년 120경기에서 기록한 109삼진·64볼넷이다. 두 방면에서 모두 최다 기록 경신이 확실해 보인다.
이 일반적이지 않은 데이터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김용희 SK 감독은 “기복이 심해서 그럴 수 있다. 어떨 때는 장타를 확 몰아치다가도, 그렇지 않은 시기가 또 이어진다. 타율은 떨어지지만 볼넷은 꾸준히 고르니 출루율은 유지되고, 몰아칠 때 장타율이 올라가는 이유일 수도 있다”라고 짚는다. 하지만 “올 시즌은 최정에게 운이 없는 시즌일 수도 있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최정의 올 시즌 인플레이타구 타율(BABIP)은 2할9푼6리다. BABIP는 일정한 수치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신의 통산 BABIP(.325)보다 떨어진다. 시즌별로 약간씩 편차는 있지만 최정의 BABIP는 매년 3할대 초·중반을 기록했었다. “약간 운이 없다”라고 추론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최정은 “시즌 초반에는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가 조금 있었다”고 떠올렸다.
BABIP는 내야안타와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다만 최정은 어차피 예전부터 내야안타가 많은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타구질은 정확히 알 수 있는 통계가 없지만, 타구 속도와 대략적으로 비례한다는 점을 놓고 봤을 때 올 시즌 아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최정의 올 시즌 평균 타구 속도는 131.1㎞로 리그 평균(123.6㎞)보다 훨씬 좋다.
에릭 테임즈(NC·134.6㎞)보다는 뒤지지만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토종 선수들과 비교하면 최정의 타구 속도가 결코 느리지 않다는 것은 확인된다. 김재환(두산)은 131.9㎞, 정의윤(SK)은 130.1㎞, 이범호(KIA)는 130.9㎞, 나지완(KIA)은 127.7㎞다. 어쨌든 타구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부정적보다는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런 타구 속도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타구질도 좋아지고 있다. 드디어 좌우중간을 가르는 타구들이 속속 나온다. 2할 중반대였던 BABIP도 3할에 가깝게 올라왔다. 평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타구질이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성적을 냈던 2013년만큼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유의 높은 포물선을 가진 최정은 힘에 있어서는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 드러난다. 김 감독은 “최정의 경우는 내야 플라이도 상당히 높게 뜬다. 테임즈가 그렇듯, 이는 선천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지표다”고 설명했다. 부상 방지에 최고 방점을 찍은 최정은 지난 몇 년간 웨이트트레이닝에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그 결과 몸이 더 커지고, 밀리는 타구도 우측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최정은 28일까지 24개의 홈런을 때려 토종 선두,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자신의 한 시즌 최고 기록(2013년 28개)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타점도 61개가 쌓였다. 시즌 초반 극심한 득점권 부진에 시달렸으나 역시 득점권 타율은 타율에 회귀하고 있다. 부진하다 부진하다 그래도, 홈런 2위에 타점 페이스도 붙어 20위권 내로 진입했다. 최정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중력도 많이 좋아졌다. 최근의 3루 수비 안정감은 한창 좋을 때를 연상시킨다.
최정은 올 시즌 내내 타격감이 오락가락했다고 말한다. 기복이 심했던 이유다. 다행히 최근 좋았던 때의 감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고, 그 감을 붙잡으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약 ‘지금까지는 운이 조금 나빴다’라는 통계적 분석이 사실이라면, 최정은 남은 시즌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선수가 될 수 있다. 사실 지금 이 성적에도 타율만 좀 더 오른다면 남부럽지 않은 성적이기도 하다. 최정이 자존심을 지키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