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만능 내야수' 류지혁의 잠 못 이루는 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7.31 06: 02

수비 이어 타격에도 본격적으로 욕심
부쩍 성장한 타격으로 주전 뒷받침
 류지혁(22)이 연패 중인 두산 베어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즌 초 대수비, 대주자로만 활동하다 최근 오재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선발 출장 기회가 잦아진 류지혁은 65경기에서 타율 3할5푼5리로 활약하고 있다. 6월까지는 타율이 1할8푼8리에 머물렀지만, 7월에는 타율 5할3푼3리(30타수 16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선발 출장만 하면 멀티히트라고 봐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지난 29일 잠실 한화전에서 당한 4개의 삼진은 충격이었다. 6타수 2안타를 기록한 류지혁은 안타가 없는 나머지 네 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3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어제는 (파비오) 카스티요한테 졌다. 같은 공(체인지업)에 두 번이나 당했다”며 아쉬워했다.
분한 마음에 잠까지 설쳤다. 보통 새벽 1~2시에 잠든다는 류지혁은 29일 경기 후엔 쉽게 잠들지 못했다. “카스티요에게 진 것이 생각나서 새벽 5시까지 잠을 못 잤다. 불 끄고 누웠을 때도 체인지업만 계속 생각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확실히 공격보다 수비에서 제 몫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본인도 지금은 “예전에는 수비에서 실수를 했을 때 화가 났는데, 요즘에는 삼진을 당하면 화난다. 이제 타격에도 욕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 결과 욕심만큼의 성적을 내고 있다. 류지혁을 바꾼 것은 마음가짐이다. 그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감독님, 코치님들이 자신 있게 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은 ‘네 스윙만 하지 말고 투수와 싸워야 한다. 여기는 네가 연습할 곳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전에는 내 것만 해도 바빴고, 자신감이 없었다”면서도, “부족하지만 형들의 빈자리가 안 느껴지게 해야 한다”며 제법 커진 책임감도 드러냈다.
스스로도 무척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류지혁은 스프링캠프 때만 하더라도 1군 캠프와 퓨처스 팀 캠프를 오갔다. 팀 내에 내야수가 많아 1군에서 풀타임을 뛸 수 있을지 불확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 심적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기대하지 않고 마음을 놓고 있어서 괜찮았다. 개막 엔트리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와서 정말 기쁘다. 올해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 번 기회를 잡은 이상 악착같이 버텨야 한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류지혁은 “시즌 끝까지 (퓨처스리그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금과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1군에 남는 것은 물론 포스트시즌 엔트리 포함도 유력하다. 수비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고, 타격 솜씨도 충분히 과시했다.
대주자로서의 가치도 있다. 빠른 발에 센스까지 갖춘 그는 올해 도루 실패 1개가 있지만 3차례 성공도 했다. 류지혁은 “도루는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긴장하면 더 뛰고 싶고 재미있어진다”며 자신감도 나타냈다. 비록 도루 상황은 아니었지만 30일 경기에서도 1회말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심수창의 폭투에 지체하지 않고 2루로 뛰어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수비만 잘하던 선수에서 한 단계 올라선 류지혁은 점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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