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⑦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라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8.02 06: 00

야구계를 충격에 몰아넣은 승부조작 사태가 또 다시 불거진 가운데 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전체가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번에야 말로 악의 뿌리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했다. OSEN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승부조작 사태는 4년 전과 차원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4년 전 김성현과 박현준은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이를 실제 행동에 옮겼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승부조작을 했을 뿐 아니라 브로커에게 먼저 제의했고 선수들에게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기도 했다(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가 예상보다 심각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프로야구계가 이를 치료하고 가기 위해서는 아프더라도 지금의 가시를 모두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사후대책'이 아닌 '예방'이다. 선수들과 불법 스포츠 도박의 연관 관계를 끊어내야 승부조작의 가능성이 없어진다. 선수들의 자정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선수들의 환경을 바꿔야 한다.

▲ 최저 연봉 등 처우 개선
현재 KBO 리그 선수의 최저 연봉은 2700만 원이다. 지난해 최초로 KBO 리그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겼지만 올해 5000만 원 미만 저연봉자의 비율이 53.7%에 이른다. 저연봉 선수들은 짭짤한 용돈 벌이가 되는 승부조작 제의에 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1군 뿐 아니라 2군에서 승부조작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에도 신빙성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선수들의 기본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연봉자들은 오히려 야구장비 스폰서를 받는 고연봉자들보다 영양제, 야구장비 구입 등에 자잘한 돈을 더 쓰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수들에게 무조건 돈을 많이 쓰라는 것은 아니나, 선수단이 '부업'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처우 개선이 요구된다.
▲ 에이전트 제도 도입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문우람과 이태양에게 브로커가 다가간 방법은 바로 '에이전트'라는 직업을 이용한 접근이었다. 이처럼 KBO 리그에서도 암암리에 에이전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예 에이전트 시장을 양지화시켜 에이전트 사칭을 막고 선수들을 보호할 방책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어떨까.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가야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구단보다 더 선수들의 이미지와 행동에 신경을 많이 쓸 수 있다. 한 팀당 80명 정도나 되는 선수들을 구단이 일일이 컨트롤하기 어렵다. 합법화된 에이전트들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해준다면 그들의 모난 행위를 막을 방도가 한 가지 더 생기는 셈이다.
▲ 암행관찰제·신고포상제
승부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선수들의 이름이 알파벳으로 언급되던 때 이미 다른 선수들에게서는 실명이 나왔다. 최근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이태양, 이재학 등은 지난해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혐의가 자주 입방아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선수들과 구단 운영팀, 매니저들은 서로의 행동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암행관찰제, 신고포상제다.
선수들에게 서로를 감시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잔인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암묵적으로 눈감아주고 있다가 팬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더욱 나쁘다. 선수단 주장, 총무 등에게 관찰을 맡겨 구단, KBO에 이를 보고하게 하거나, 선수들에게 익명 신고 포상제를 도입할 경우 한 차원 더 가까운 곳에서 승부조작에 대한 '매의 눈'이 생길 수 있다.
김유신도 아끼던 자신의 말의 머리를 잘랐다. 필요 이상의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수단 전체의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KBO 선수들은 자신들이 야구만 잘한다면 모든 것을 인정받는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연봉에는 야구 실력 뿐 아니라 프로야구를 보는 팬들의 기대와 어린이들의 꿈을 이뤄줘야 할 책임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autumnbb@osen.co.kr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①다시 승부조작, 이러다 대만처럼 된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②퓨처스와 아마야구도 위험하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③'검은 유혹'은 멀리 있지 않았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④의식개혁,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라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⑤처벌강화, 징벌적 제재로 철퇴 내린다
[긴급진단 승부조작 사태] ⑥구단, KBO만 바라보면 안 된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