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4승 2패로 선전했으나 최악의 마무리
선발진과 타선은 상승세...불펜진과 수비력 향상이 절대과제
강팀이든 약팀이든 한 시즌 144경기를 하다보면 최소 한 두 번씩은 악몽을 경험한다. 철벽같았던 마무리투수가 무너지거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비 실책으로 다 잡았던 경기를 내준다. 경기수가 많은 만큼, 이변도 많은 게 야구다.

그런데 올 시즌 LG 트윈스는 유독 심하다. 6월 한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악몽을 경험했다. 6월 7일 잠실 삼성전에서 8회초 8실점, 6월 14일 잠실 NC전에선 9회 8실점으로 대역전패를 당했다. 6월 25일 잠실 넥센전서도 8회초 5실점하며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연장 끝에 패했다. 그러면서 LG는 6월 성적 10승 15패를 기록, 5월까지 지켜왔던 5할 승률이 무너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악몽은 7월에도 계속됐다. 7월 2일 잠실 SK전에선 9회초 정의윤과 최승준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선발과 불펜 동시붕괴로 인한 대량실점 경기가 꾸준히 나왔다. 7월 마지막 경기인 31일 마산 NC전에선 절정에 달했다. 8-0으로 앞서고 있던 7회말 실책성 수비 2개와 불펜투수들의 제구난조가 겹치며 8-6으로 추격당했다. 결국 9회말에 테임즈에게 동점 투런포, 김성욱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맞았다. 눈앞에 다가왔던 5연승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패배의 아픔을 지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승리다. 아무리 뼈아픈 패배를 당해도, 다음 경기서 승리하고 다시 상승세를 타면, 악몽은 지나간 일이 된다. 하지만 이제는 기회가 많지 않다. LG는 7월 한 달 동안 8승 14패. 두 달 연속으로 고전하면서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당장 8월부터 승패마진을 플러스로 만들지 못하면, 반등은 불가능하다. 8월 성적이 LG의 2016년을 좌우하게 됐다. 이대로 주저앉아 버리면, LG의 2016시즌은 악몽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희망은 있다. 일단 선발진과 타선이 회복세다. 지난주 허프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시작으로 류제국, 임찬규, 소사, 우규민이 모두 자기 몫을 했다. 5선발 자리를 메운 임찬규가 5이닝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고, 임찬규 외에 4명은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주춤했던 우규민은 지난달 31일 NC전에서 토종 에이스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했다.
타선도 최근들어 나쁘지 않다. 김용의가 1번 타순에서 활약하면서 박용택이 3번 타순으로 복귀, 박용택·히메네스·채은성으로 구성된 클린업은 경쟁력이 있다. 페이스가 꺾였던 히메네스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고, 정성훈도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상황이다.
문제는 역시 불펜과 수비다. 불펜진은 김지용에 대한 의존도부터 낮춰야 한다. 김지용은 7월 한 달 동안 14경기 20⅔이닝을 소화했다. 최근에는 3일 연투로 불펜투수의 한계점도 찍었다. 불펜투수 중 가장 뛰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지만, 김지용 홀로 불펜진 전체를 구원할 수는 없다. 임정우와 진해수가 활약하는 것은 물론, 2군에 있는 봉중근 신승현 등 베테랑들이 힘을 더해야 한다.
수비 또한 이대로는 안 된다. 내야수비의 핵인 오지환이 여전히 무릎에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중이다. 어떻게든 오지환의 컨디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9일 경기가 해답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장준원을 선발 출장시키고, 경기 후반 리드시 오지환을 수비 강화 차원에서 투입하는 것이다. 엉켜버린 외야진 운용도 이제는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적어도 경기 후반 리드시에는 가장 안정된 외야진영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팀에서 외야수비가 가장 뛰어난 안익훈과 임훈을 활용할 시간이 됐다.
LG의 8월 첫 상대는 두산. 2일 경기 선발투수로 양 팀은 각각 데이비드 허프와 유희관을 예고했다. 그런데 두산은 니퍼트의 이탈로 이번 주중 3연전 선발진이 헐겁다. 유희관 뒤에 안규영과 2군에서 투수 한 명이 대기 중이다. 반면 LG는 로테이션상 허프 뒤로 류제국·임찬규가 나선다. 이준형도 최근 퓨처스리그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활약, 1군 합류 가능성이 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하다. 8월 첫 시리즈인 두산과 3연전, 이어 kt와 주말 3연전서 위닝시리즈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즌 종료 시점도 빨라진다. 지난해처럼 서둘러 백기를 펼칠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