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투수지옥’ KBO리그, 해결책은 스트라이크존 확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8.11 05: 50

3할 타자 33명, 평균 득점 11.35점...2014시즌급 타고투저
S존 상하만 넓혀도 타고투저 완화, 경기시간도 단축 가능
그야말로 상식 파괴다. 3할 타자가 33명에 이르며 경기당 평균 11.35점이 나온다. 절정의 타고투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나고 있다. 

KBO는 빠른 경기 진행, 짧은 경기 시간을 위해 ‘스피드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최장시간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시간 26분(연장 포함)이 소요되면서, 최장 기록인 2014시즌의 3시간 27분에 다가가고 있다.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는 종목이다. 투수가 잘 던지면 경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반대로 타자가 잘 치면 경기는 하염없이 길어진다. 경기 시간을 늘린 주범, 타고투저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 끝없이 진화하는 타자들...급증하는 홈런 숫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인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같은 일이었다. 특히 KBO리그 선수가 거액의 이적료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14년 겨울 강정호를 통해 현실이 됐고, 현재 강정호를 포함해 이대호 김현수 박병호 등 KBO리그 출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 구단 25인 로스터에 올라있다. 희비가 엇갈리고는 있으나, 이들 모두 최소 한 달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하며 KBO리그 ‘타격 머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KBO리그 타자들의 발전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꾸준히 강조됐고, 많은 훈련을 바탕으로 타격 기술도 진보했다.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투수들이 KBO리그에 들어오면서, 빠른 공 대처 능력도 꾸준히 향상됐다. KBO리그서도 150km의 공을 홈런으로 연결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한 현장 지도자는 “과거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투수들에게 ‘바깥쪽 공이 홈런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제로다. 주자 없을 때는 홈런 걱정하지 말고 바깥쪽 꽉 찬 코스로 넣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이야기하면 큰 일 난다. 이제는 정말 많은 타자들이 잠실구장에서 밀어서도 홈런을 날린다. 가운데 펜스를 맞는 홈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예전에 타이론 우즈나 가능했던 타격이 이제는 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타고투저의 중심에는 장타가 자리하고 있다. 평균 타율 2할8푼9리로 타율도 높지만, 장타율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 시즌 평균 장타율은 0.439. 4년 전인 2012시즌만 해도 평균 장타율은 0.364였다. 장타력 향상과 더불어 홈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4시즌 총 1162개의 홈런이 나오며 2009년 1155개 홈런 이후 5년 만에 한 시즌 홈런 1000개 이상이 터졌다. 그러더니 2015시즌에는 1511개의 홈런이 기록됐다. 올 시즌에도 홈런 1047개. 이대로라면 2015시즌과 비슷한 수치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 고전하는 투수들...메이저리그 투수도 활약 보장 못해
이렇게 장타가 터지다보니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어느 투수도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2점대 선발 투수는 전무하고, 3점대 선발 투수도 7명  밖에 안 된다. 4점대만 찍어도 평균자책점 부문 15위 안에 들어간다. 투수에게는 지옥인 리그가 되고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외국인투수는 “한국에서 처음 타자들을 상대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선구안도 좋고 파워도 있어서 굉장히 놀랐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많은 외국인투수들이 KBO리그 타자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출된다. 올해도 시즌 중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뛰다가 한국에 온 한 투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경력도 활약을 장담하지 못한다. 
▲ 현실적인 해결 방안은 스트라이크존 상하 확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마운드의 높이를 올리거나,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마운드를 높이면 앞으로 매년 있는 국제대회에서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 당장 내년 3월부터 WBC,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가 열리는 가운데, 투수들은 KBO리그와는 다른 마운드 높이부터 적응해야 한다. 마운드 높이 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는 게 타당하다. 
KBO리그는 스트라이크존이 작아지는 추세다. 이전에는 가로는 메이저리그보다 넓고, 세로는 메이저리그보다 작은 스트라이크존이 기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로와 세로 모두 메이저리그보다 작다. 한 외국인투수는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작다. 특히 위아래로는 존을 활용할 수 없을 정도다. 존만 넓어져도 타자를 상대하기가 훨씬 편할 것이다”고 밝혔다. 
스트라이크존이 작아지는 원인으로 중계방송사의 가상 스트라이크존이 꼽히고 있다. 중계방송에서 가상의 스트라이크존이 뜨는 만큼, 심판도 거기에 맞춰 스트라이크존을 작게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이지 스트라이크존의 크기가 아니다. 심판진이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꾸준히 기준을 따른다면, 누구도 스트라이크존을 문제 삼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 상하만 넓혀도 보다 빠른 승부, 다양한 수 싸움이 가능해진다. 일단 낮은 공을 통한 땅볼유도가 용이해진다. 구위가 좋은 투수는 높게 제구된 공으로 범타를 유도하기 쉬워질 수 있다. 타고투저를 완화시키고 스피드업도 이루기 위해선 내년부터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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