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렛 필이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대신 출전한 김주형이 맹타를 휘둘렀다. 미묘한 엇갈림이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경기에서 1루수로 선발출전한 김주형은 5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을 올렸다. 주로 대타로 나서고 있는 김주형이 선발기회를 얻자마자 맹타로 화답한 것이다. 팀은 장단 19안타를 터트리며 12-4 설욕에 성공했다.
김주형이 선발기회를 얻은 이유는 브렛 필이 등에 약간의 묵직함을 느껴 벤치에 앉았기 때문이다. 기회를 얻자 보란듯이 맹렬한 타격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렇치 않아도 지난 주중 한화와의 3차전에서 8회 대타로 출전해 역전 스리런포를 날린 이후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는 김주형이었다.

여기에서 미묘한 흐름이 읽히기도 한다. 내년 시즌 브렛 필의 거취와 맞물려서다. 필은 3년째 효자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올해는 애매하다. 성적은 타율 3할1푼6리, 16홈런, 7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홈런은 20개를 조금 넘고 100타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율 3할2푼5리, 22홈런, 102타점을 기록했던 작년과 비슷한 기록을 작성할 것 같다. 그러나 임팩트는 약하다. 득점권 타율이 2할9푼8리에 그치고 있다. 작년은 3할3푼3리였다. 올해는 타석에서 서두르는 장면이 잦고 상대 유인구에 말려들어 병살타(13개)가 많아졌다. 특히 1루 수비에서 튼실하지 못한 모습들을 자주 보였고 실제로 실책도 10개로 많은 편이다.
외국인타자는 화끈한 홈런포를 요구받는다. 그럼에도 홈런이 적었던 필이 3년째 계약에 성공한 이유는 해결사 능력이었다. 결승타 8개로 김주찬, 이범호와 팀내 공동 1위에 올라있지만 작년(15개)에 비해 떨어졌다. 승부처에서 더 강력한 모습이 필요하다.
더욱이 내년 시즌 KIA는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편성 방향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FA 타자를 영입한다면 연쇄적으로 포지션 이동이 벌어진다. 여기에 김선빈과 안치홍의 복귀, 젊은 선수들의 약진까지 겹쳐 각 포지션이 포화상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1루수쪽에서 병목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영리한 필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10일 기준으로 41경기가 남아 필에게는 아직 어필할 시간이 충분하다. 해결사 본능을 되찾아 치열한 순위경쟁에서 팀을 가을무대로 팀을 이끌어준다면 네 번째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팬들은 이번 가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효자용병의 효도를 받고 싶어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