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52일만의 1군 복귀전을 가진 SK 내야 유망주 박승욱(24)이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가지고 있는 기대치가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박승욱은 1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9번 유격수로 출전,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을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남들이 볼 때는 평범한 성적일 수도 있지만 박승욱에게는 감회가 남다른 성적이었다. 바로 이날이 공익근무를 마친 뒤 첫 1군 경기였기 때문이다.
대구상원고를 졸업하고 2012년 SK에 입단한 박승욱은 좋은 신체조건과 센스, 그리고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대형 내야수 자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만수 전임 감독, 김용희 현 감독(당시 2군 감독) 등 현장 코칭스태프의 평가가 좋았다. 그러나 1군에서는 2012년 1경기, 2013년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어깨에 습관성 탈구 증상이 있어 고전하기도 했다. 끝내 빛을 발하지는 못한 채 2014년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그러나 복무 당시부터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고 소집해제된 뒤 곧바로 2군에 합류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몇 자리 남아 있지 않은 65인 정식선수에 곧바로 등록됐을 정도였다. 그리고 SK는 주전 유격수 헥터 고메즈의 가벼운 손 부상, 올 시즌 내내 백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최정민의 경기력 저하에 맞춰 11일 1군에 올라왔다. 2013년 6월 16일 광주 KIA전 이후 무려 1152일만의 1군 경기였다.
경기 감각이 완벽하지 않은 신예 선수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날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공격에서는 2안타를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3회 2사 2,3루에서 엄상백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기록해 복귀 안타를 신고했다. 통산 1군 타점이 1개밖에 없었던 박승욱이 중요한 순간 도망가는 다리를 놓은 것이다. 이날 경기의 첫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박승욱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우전안타를 기록하며 데뷔 후 첫 멀티히트 경기를 기록했다.
떨리는 경기였지만 수비에서도 한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2회 2사 1,3루에서는 심우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발 빠르게 쫓아가 넘어지며 잡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2루에 송구하며 1루 주자를 잡아내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위기의 선발 윤희상을 지원하는 귀중한 수비였다.
평범한 뜬공 두 개를 놓치는 장면은 있었지만 아직은 야간경기 적응이 덜 된 것, 그리고 이날 점수차가 비교적 크게 벌어졌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그림에 큰 흠을 낼 정도는 아니었다. 고메즈가 돌아오면 박승욱은 내야 멀티 플레이로 뛰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야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선수인 만큼 이날 출발은 하나의 전환점이 될 만했다. /skullboy@osen.co.kr